[Z시세] 술 마시며 노트 필기까지… 와인에 빠진 Z세대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방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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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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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고가인 데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을 정도로 지역과 브랜드에 따라 맛도 달라 경제력이 있는 장년층 이상이 즐기는 술로 여겨졌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풍미도 다양해 와인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와인바로 발걸음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엔 Z세대도 와인과 사랑에 빠졌다. 아직도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와인이 가진 최고 장점인 '다양성'에 열광한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혼술'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와인은 금세 젊은 세대의 인기 주종 반열에 올랐다. 지역마다 다른 맛과 고급스러운 이미지, 음식과 곁들여 먹기 좋은 궁합 등이 인기 요인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싼' 가격은 와인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이에 지갑이 얇은 대학생들은 가성비 와인을 찾거나 무료 시음회에 다니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와인을 즐기고 있다. 이 같은 관심 속에 대학생 와인 동아리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단지 와인을 즐겨 마시는 체험에만 그치지 않고 와인에 대해 깊이 공부하면서 동아리 부원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처럼 높아진 와인 선호와 함께 시장 역시 급속도로 성장해 유통업계도 이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 때 시작된 혼술 열풍… 와인동아리까지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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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사랑을 전파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상블라주' 동아리 회장 고한빈씨(남·21)는 대학 생활을 와인과 함께했다. 아상블라주는 부원들이 매주 세미나룸에 모여 와인 20종을 70ml씩 시음하고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한다. 또 부원들과 함께 와인 강의를 듣거나 와인 행사·박람회·시음회 등을 둘러보며 다양한 와인을 접한다.
고씨는 "코로나19를 겪은 학번들이 혼술 문화를 접한 이후 와인 동아리에 입문한 경우가 많다"며 "집에서는 700ml의 와인을 혼자 다 먹지 못하는데 (이곳에 오면) 함께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마다 다르고 어떤 음식을 페어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미각적으로 최대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와인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아상블라주는 한번 활동할 때마다 2만원의 비용이 든다. 전체 발주를 통해 와인을 싸게 들여와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선보이기에 다른 대학교 와인 동아리보다 활동비가 저렴하다.
특히 고씨는 "코로나 이후 술값이 30~40% 올랐다"며 "품절 대란으로 올라간 가격이 아직도 안 내려간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보통 프랑스쪽 와인은 아직도 비싸지만 잘 찾아보면 뉴질랜드·호주산은 2만~3만원대로 괜찮은 와인이 많다"며 "특히 대학생 동아리라고 하면 와인 숍 사장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고 동아리 운영 노하우를 공개했다.
"술만 먹는 동아리?"… 들어와서 활동하면 어느덧 와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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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동아리는 단지 마시고 즐기는 '친목' 동아리만은 아니다. 아상블라주 초대 동아리 회장은 활동 경험과 취미를 살려 실제 '와인'을 마케팅하는 주류회사에 취업했고 현재까지도 동아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고씨는 "동아리 활동을 정말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진로도 그쪽(와인)으로 가게 된다"며 "일명 와인에 미친 사람이 많아 동아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정말 놀랐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아상블라주 부원을 중심으로 와인 자격증 스터디를 꾸리자는 논의가 오갔다. 알면 알수록 다양한 와인을 좀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뿐만 아니라 사설학원에서 아상블라주에게 자격증반 20% 할인 제의를 해온 적도 있다.
고씨는 와인 학구열에 대해 "동아리 차원에서 소믈리에 강연을 열면 부원 절반은 노트필기를 빽빽하게 한다"며 "몇몇 선배들은 방학을 이용해 해외로 나가 양조장이나 증류소를 견학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와인 판매하는 올리브영·편의점… 아직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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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도 MZ세대를 겨냥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화장품 전문 드럭스토어인 올리브영은 물론 CU 등 편의점까지 와인 코너를 따로 만들어 판매에 나섰다.
평소 가족과 함께 와인을 즐긴다는 조모씨(여·25)는 편의점 내 와인 코너에 대해 "안주를 사러 가면서 혹은 집 근처에서 편하게 살 수 있어 좋다"며 "주종에 따라 세일도 하고 애플리케이션(앱) 포인트 적립이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호평했다.
올리브영에서 만난 김모씨(여·32)는 "사실 와인을 파는지 몰랐다"며 "와인을 급하게 사야 할 때 이곳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와인을 사러 오는 손님은 대부분 40대이고 그마저도 인기 품목은 아니다"며 "젊은 소비자들은 사이즈가 작은 '와인반병'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자체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많지만 아직은 와인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보통 편의점에 오는 젊은 소비자들은 혼술에 적합한 용량의 술을 찾는 편"이라며 "그에 비해 현재 판매하는 와인은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을뿐더러 아직 와인코너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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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