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리스크에 커지는 불확실성… 韓 금융시장에 불똥 튈까
[머니S리포트-차이나리스크 미풍일까 태풍일까①] 中 관련 여신·딜은 일부에 그쳐, 우수한 인프라 등 경기방어업종과 안전자산 위주 선별 취급
홍콩(중국)=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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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의 버팀목인 부동산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중 부동산 비중이 25%에 달하는 만큼 부동산 경기 사이클에 따라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의 중국 익스포저(대출 등 위험노출액)는 극히 일부에 그치는 상황이다. 홍콩의 IB(투자은행) 등 국내 금융사를 찾아 차이나 리스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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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르포] 중국 리스크에 커지는 불확실성… 韓 금융시장에 불똥 튈까
② [르포] "중국 얘기는 익명으로 해주세요" 눈치 보는 홍콩 금융인들
③ [인터뷰] 오기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홍콩법인장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 이미 AI 투자 본격화"
④ [인터뷰] 남광우 NH證 홍콩법인 재무이사 "싱가포르보단 여전히 홍콩, 대체불가능한 아시아 금융허브"
① [르포] 중국 리스크에 커지는 불확실성… 韓 금융시장에 불똥 튈까
② [르포] "중국 얘기는 익명으로 해주세요" 눈치 보는 홍콩 금융인들
③ [인터뷰] 오기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홍콩법인장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 이미 AI 투자 본격화"
④ [인터뷰] 남광우 NH證 홍콩법인 재무이사 "싱가포르보단 여전히 홍콩, 대체불가능한 아시아 금융허브"
"2019년 이후부턴 중국 딜을 다루지 않았어요. 중국이 금리 인하 기조를 펴온 가운데 홍콩에서 취급하는 중국 딜 역시 중국 금리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같은 레벨(급)의 딜을 해도 중국 쪽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전 세계 딜 모이는 홍콩서 중국보단 미국·유럽 딜에 집중
9월7일 홍콩에서 가장 높은 빌딩(118층)인 국제상업센터(ICC) 62층에서 만난 박영민 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 법인장은 중국발 경기 침체가 한국 금융회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박 법인장의 목소리에선 우려보단 오히려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박 법인장은 중국 딜을 취급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마진(수익성)이 떨어지는 점과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호주 등 대외 무역 분쟁이 빈번히 일어나는 특성상 과거 중국 딜을 할 때에도 수출입 등 무역 거래가 많은 중국 기업, 즉 리스크가 많은 자산은 피했다"며 "다만 상하수도, 가스 등은 경기 변동이 있더라도 필수 인프라기 때문에 변동성이 적을 것으로 판단해 현재 집중하는 중국 딜도 공공기관 인프라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홍콩은 국제금융시장으로서 미국, 유럽, 호주, 중국 등 전 세계 딜이 다 모이는데 중국 딜은 사실상 중국계 금융기관, 즉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게 박 법인장의 분석이다.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중심지로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이후 중국의 역외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홍콩에 자금이 모여들다 보니 홍콩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들도 중국 경제 위기 우려에 따른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달리 자본 유입이 자유롭고 규제가 적은 탓에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대거 진출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홍콩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은 2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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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지역서 우량자산 편입해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시중은행 홍콩지점장들은 중국 관련 IB(투자은행) 딜이 없거나 극히 일부에 그치는 만큼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는 사실상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홍콩 도심 완차이의 명소 센트럴플라자 11층에서 만난 문인성 KB국민은행 홍콩지점장 얼굴에서도 '중국발 리스크'에 따른 걱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KB국민은행 홍콩지점의 중국 관련 여신은 2020년 말 8100만달러에서 올 6월 말 4100만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에 전체 여신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말 3.9%에서 올 6월 말 1.4%로 대폭 축소됐다.
IB 딜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KB국민은행 홍콩지점이 취급한 중국 딜은 2020년 말 4100만달러에서 올 6월 말 2600만달러로 줄면서 비중 역시 같은 기간 5.1%에서 1.5%로 축소됐다.
문인성 지점장은 "중국 관련 딜은 수교 이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관련 익스포저(대출 등 위험노출액)가 크게 감소했다"며 "중국 경제 동향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익스포저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에 기반해 성장성이 우수하고 산업의 유동성이 확보된 우량 기업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마케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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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해외 IB인 홍콩우리투자은행의 경우 중국 딜이 단 한 건에 그친다.
대출채권, FRN(변동금리부채권) 등 유가증권을 포함한 여신성 자산의 경우 2020년 말 4억2870만달러에서 올 6월 말 4억7880만달러로 10.5%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여신 비중은 31.9%에서 8.8%로 대폭 축소됐다.
홍콩 센트럴역 근처에 위치한 글로스터타워에서 만난 이수진 홍콩우리투자은행 법인장은 "홍콩에 있으면 중국 회사에 대출을 많이 내줄 것이라 생각하는데 2020년 7월 홍콩 법인장으로 온 이후 중국 딜을 신규로 취급한 적이 없다"며 "신디케이션론을 2억~3억달러 규모로 갖고 있는데 이중 중국 회사가 차주인 딜은 한 건으로 금액 자체도 1000만달러 규모가 채 안된다"고 말했다.
홍콩우리투자은행은 글로벌 IB, PE(사모펀드) 등과 협업해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우량자산들을 편입시켜 자산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꾀하고 중국 관련 자산은 금융환경을 예의 주시하며 지배구조가 우수한 인프라 등 경기방어업종, 안전자산 위주로 선별해서 취급한다는 구상이다.
이수진 법인장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글로벌 PE 또는 신용도가 우량한 스폰서가 신용등급이 우수한 국가에서 진행하는 사업 위주로 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며 "본점 심사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전 홍콩우리투자은행 자체 신용위원회를 개최해 시장 리스크, 금융구조 등을 선행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퀸즈웨이에 위치한 투퍼시픽플레이스 빌딩에서 만난 이태훈 우리은행 홍콩지점장 역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우리은행홍콩지점의 대출 자산은 2020년 말 14억달러에서 올 6월 말 21억달러로 지속 성장한 가운데 신디케이션론을 포함한 중국 관련 여신 비중은 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IB자산은 6억1000만달러에서 9억7000만달러로 59% 급증했다. 이 가운데 중국 딜 비중은 올 6월 말 기준 15.5%(1억5000만달러) 수준이다.
이태훈 지점장은 "기업 여신의 경우 중국업체 모두 신용등급이 우수한 도시가스, 생활용수 공급업 등 생활밀접형 인프라 기업과 2차전지 소재 제조 등 국가기반산업 위주 제조업체들로서 안정적인 재무현황과 영업 현금흐름을 시현하고 있다"며 "중국의 국가기반산업과 연관성이 높고 경기방어적 인프라사업을 영위하는 우량기업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신디케이션론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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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중국)=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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