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히트 키워드 된 '한국풍'… 편의점에서 길거리까지 나온 K푸드
[머니S리포트 - 일본서 위상 달라진 '신한류'] ②"한글을 더 크고 더 많이 넣어달라"… 한국 음식 인기에 삼양·풀무원·BBQ 안착
도쿄(일본)=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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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문화 강국'인 일본을 K컬처가 휩쓸고 있다.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보수적이며 반한감정이 지배적이었던 일본인들이 '한국풍'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일본을 이끌어갈 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적임'이 '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신한류는 K팝에 국한되지 않고 화장품, 식품, 패션까지 문화 전반을 파고든다는 특징이 있다. 도쿄에서 4차 한류 붐, 신한류의 위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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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제니·장원영처럼… 트렌디한 K뷰티, 日 휩쓸다
②일본서 히트 키워드 된 '한국풍'… 편의점에서 길거리까지 나온 K푸드
③한국 스타일 따라 하는 日 '패피'… 역전된 '힙'의 상징
④주식투자 붐에 역대급 여행수지, '잃어버린 30년' 탈출하는 일본
①제니·장원영처럼… 트렌디한 K뷰티, 日 휩쓸다
②일본서 히트 키워드 된 '한국풍'… 편의점에서 길거리까지 나온 K푸드
③한국 스타일 따라 하는 日 '패피'… 역전된 '힙'의 상징
④주식투자 붐에 역대급 여행수지, '잃어버린 30년' 탈출하는 일본
일본 도쿄에서는 '한국풍'이란 말이 히트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K컬처를 즐기는 현지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를 중심으로 '도한놀이'(한국 여행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4차 한류 붐이 일면서 한국인이 즐기는 식품·패션·뷰티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린 K푸드도 서서히 꽃을 피우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인기와 함께 일본에서의 K푸드 인지도와 선호도는 크게 개선됐다. 과거의 한류 붐이 아티스트 중심이라면 최근의 한류 붐은 아티스트를 둘러싼 환경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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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할인점 돈키호테의 식품 코너에는 한국 제품의 비중이 상당했다. 라면, 주류부터 간편식과 양념류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진열됐다. 라면의 경우 두 매대를 꽉 채웠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곳에서는 한국 브랜드의 용기라면을 구매하는 젊은 여성 소비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제품이 진열된 브랜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었다. 다양한 맛의 불닭볶음면을 만날 수 있었다. 패키지에는 한글로 '불닭볶음면', 영어로 '코리아'(KOREA) 등이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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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를 볼 수 있는 곳은 마트나 편의점 등의 가공식품 코너뿐만이 아니었다. 할인점 입구에는 '10엔빵'을 구매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10엔빵은 10엔짜리 동전 모양의 과자로 '경주 10원빵'을 따라 한 것이다. 하라주쿠와 시부야 길거리에는 서울 명동에서 팔 법한 한국식 핫도그와 회오리감자 등을 팔고 있었다. 줄을 서 있던 타츠야씨는 "한국에 놀러 가서 핫도그를 먹은 적 있다"며 "비주얼이 독특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라면 종주국에 우뚝 선 삼양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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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패키지에 한글을 더 크고 더 많이 넣어달라는 요청이 옵니다."
일본은 인스턴트 라면의 종주국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소비자들의 맛, 품질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시장이다. 이 시장을 파고든 '불닭볶음면'(불닭)은 이례적인 성공 사례다. 기존 '한국의 매운맛'을 초월하는 매운 라면이기 때문이다.
홍범준 삼양재팬 법인장은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며 "차원이 다른 매운맛을 내세워 매운 볶음면 시장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까르보불닭' 등 수용 가능한 매운맛 제품과 덜 맵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보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불닭은 일본 전국에 유통되고 있다. 대형 할인점 돈키호테 600여개 등을 비롯해 슈퍼마켓 3500여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지난해에는 편의점 로손 1만4000개 점포에 납품을 마쳤다. 올해 2월 출시된 '야키소바 불닭'은 돈키호테 판매 1위 상품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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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의 선전으로 삼양재팬은 2019년 법인 설립 이후 ▲2020년 8억3000만엔(약 75억원) ▲2021년 16억3000만엔(약 148억원) ▲2022년 21억엔(약 191억원) ▲2023년(예상) 25억엔(약 227억원) 등으로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 불닭의 성공은 수치뿐 아니라 시장 반응으로도 나타난다. 일본 라면업계 선두기업인 닛신식품은 지난 4월 '닛신 야키소바 U.F.O 볶음면 한국풍 진한 달콤매콤 까르보'를 선보였다. 제품 이름에도 '한국풍'이 들어갔을 뿐 아니라 제품 포장 전면에 한글로 '볶음면'이라고 적혔다. 콘셉트와 패키지가 '까르보불닭'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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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법인장은 "처음 불닭을 접하는 소비자들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구입한다"며 "다시 생각나는 매운맛으로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며 특히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맛으로 각인돼 향후 저변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류 붐이 K푸드 세계 진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언제까지나 한류 붐이 지속될 수는 없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장기적으로 일본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제품의 품질, 브랜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양재팬은 불닭 브랜드를 내세워 매운 볶음면 시장을 창출했다. 앞으로 현지 메이커와 경쟁하는 주요 플레이어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다. 홍 법인장은 "일본인들이 매운맛에 약한 것은 오히려 시장 확대의 기회"라며 "다른 식품 영역에서도 불닭의 맛을 접목해 불닭을 매운맛의 표준으로 확산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헬시 플레저 선두주자 풀무원, 일본서 히트 상품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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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매운맛을 알리는 게 삼양재팬이라면 현지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즐겁게 건강을 관리하자) 중심에 있는 건 풀무원의 일본법인 아사히코다. '두부바' 히트를 통해 식물성 단백질 시장을 거세게 공략 중이다.
2020년 11월 아사히코가 첫선을 보인 두부바는 출시 직후부터 판매 추이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2021년에는 '최고의 히트 상품 편의점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 10월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전역에서 하루에 8만개가량 팔리고 있다.
두부바의 성공은 일본의 두부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이룬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일본 두부 시장은 2017년 2281억엔에서 2022년 2019억엔까지 줄어들었다. 다양화하는 식생활 속에서 전통 식재료인 두부의 이용 빈도가 줄어들고 주요 소비자층이 고령화돼 소비량이 감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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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미오 아사히코 대표는 "두부를 전통 식재료에서 '식물성 단백질원'으로 정의를 변경해 두부바를 탄생시켰다"며 "쫄깃한 식감과 섭취 편리성, 효율적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남녀노소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본은 건강과 함께 지속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두부바는 이런 트렌드에 걸맞은 제품"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아사히코의 두부바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의 경우 세븐일레븐 2만여점포, 로손 1만4000여점포, 패밀리마트 1만6000여점포 등에 모두 입점했다. 판매량과 소비자 선호도, 브랜드 신뢰도를 쌓아 주요 편의점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입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PB 상품의 경우 해당 편의점 모든 점포에서 팔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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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코는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두부바 비중을 내년 30%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며 그에 맞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두부바 판매를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에서 B2B(기업 간 거래)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케다 미오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사계절이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일본은 지역마다 특산물이 상당히 많아 다양한 식문화와 소통하면 K푸드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K컬처에 관심 있는 일본인들이 많이 늘어 우리가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빈·손예진이 먹은 치킨 먹어볼래"… 일본에 상륙한 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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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에게 'K푸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은 순두부찌개, 잡채, 떡볶이, 삼겹살 등이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무척 다양해졌다. 한국식 치킨은 젊은 층을 위주로 빠르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메뉴다.
BBQ는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중 유일하게 일본 시장에 진출해 K치킨을 알리고 있다. 2016년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현재 2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과는 다르게 '올리브카페'로 꾸며 치킨뿐 아니라 치킨버거, 샐러드 등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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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타미그룹에서 BBQ 부문 사업을 맡은 유이치 테라니시 디렉터는 "한국에서의 치킨 트렌드는 한 마리 단위의 판매가 보통이지만 일본에서는 외식 트렌드가 1인 1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1인 중심의 순살 조각 단위의 치킨 판매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BBQ의 치킨은 올리브 오일로 튀겨 건강한 치킨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지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K컬처 열풍에 뼈 있는 치킨도 판매가 늘고 있다. BBQ 후타고타마가와점에는 주말 평균 400여명이 방문해 한국풍 치킨을 즐긴다. 맥도날드나 KFC처럼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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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치 디렉터는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한국풍 치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일본에서는 '치맥'이 주요 조합이 아니지만 한국 콘텐츠를 통해 치킨과 맥주를 함께 시키는 소비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프라이드 치킨 대명사는 KFC"라면서 "KFC와 경쟁하며 꾸준히 매장을 늘려 많은 일본 소비자에게 K치킨과 K컬처를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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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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