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딸이 들어간 후에도 교문 지킨 가족들… 간절함 가득한 시험장
박재이 기자
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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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도시락 좀 전달해주세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교문 앞에 승용차가 급정거했다. 다급히 창문을 내린 한 수험생의 어머니는 경찰관에게 딸의 도시락을 전달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찾은 선린인터넷고 교문 앞은 수능 날임에도 후배들의 단체 응원 없이 조용했다. 수능날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속설에 '수능 한파'라는 말이 있지만 다행히 올해는 추위가 한풀 꺾여 수험생들의 표정은 여유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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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 주위엔 원활한 교통 흐름과 사고 예방을 위해 경찰과 구청 공무원 등이 배치됐다. 이들은 수험생 만큼 눈에 띄고 바쁜 모습으로 교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몸이 안 좋은 학생을 인계하고 교통을 통제하는 등 수험생들이 원활하게 수능을 치르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한 수험생 어머니의 부탁을 받아 도시락을 대신 전달한 경찰관 이모씨(30대)는 "수험생들이 원활하게 시험장에 입실할 수 있도록 가장 신경 쓰고 있다"며 "(도시락 전달을 부탁한) 어머니 얼굴을 보니 저도 옛 생각이 나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10년 넘게 고생한 만큼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시험장 입실 종료 시각이 임박하자 순찰차를 타고 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수험생들은 순찰차에서 함께 내린 후 서로를 챙기며 급히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한 수험생들을 보며 주위 경찰관과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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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 앞에서 다정한 부녀를 만났다. 두 딸 모두 올해 수능을 치른다는 성장석씨(53)는 첫째 딸을 배웅 간 엄마를 대신해 둘째 딸을 배웅하러 왔다.
성씨는 "큰아이, 작은 아이 둘 다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올해엔 정신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평상시 대로만 잘 했으면 좋겠다"며 "더 나은 성적이 나오면 좋겠지만 공부한 만큼이라도 잘 보길 바란다"고 염원의 말을 전했다.
부모님과 남동생을 포함한 일가족 모두 수험생을 응원하러 나온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딸이 교문을 통과해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음에도 끝까지 바라보며 교문 앞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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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 입실이 모두 끝난 오전 8시20분쯤 수험생들로 북적이던 학교 앞이 한산해졌다. 이날 입실 시간 내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한 박종은 선린인터넷고 교장(남·57)은 교문이 닫혔음에도 한참을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박 교장은 "우리 학교 학생들도 다른 학교로 시험을 보러 간 상황인데 부모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닦아온 것들을 잘 발휘하고 오기를 기원한다"며 "개별적으로도 응원을 다 해줬는데 날도 그리 춥지 않은 만큼 실력 발휘 잘하기를 바란다"고 학생들을 향해 응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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