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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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국내는 좁다" 네카토, 동남아 넘어 유럽 결제시장 영토 전쟁
카카오·네이버, '금융메기' 진출 10년… 정공법vs우회법 통했나
③짠테크에 공동구매까지… 슈퍼앱 트렌드 만드는 네카토



IT(정보기술) 업계 두 공룡 카카오와 네이버가 금융시장에 진입한 지 10년이 됐다. 카카오는 2014년 9월 카카오페이를 런칭한 데 이어 인터넷은행과 증권사의 면허를 새로 취득하는 정공법을 택했고 네이버는 2015년 6월 다른 기업과 제휴하는 우회방법으로 네이버페이를 선뵀다.

두 기업은 장벽이 높은 금융권에 '혁신금융' 새바람을 일으켰으나 수익구조 다변화와 정체성 확립, 주가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금융사업의 두 축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허브로 활용한다. 카카오페이는 카톡과 연계해 결제, 송금, 투자는 물론 보험과 신용조회가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카톡을 이용한 모임통장 초대 기능, 카카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상담 챗봇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인 네이버의 고객기반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앞세운다. 카카오톡 만큼 강력한 네트워크 채널은 없지만 네이버쇼핑과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고객데이터를 활용해 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는 알리페이와 유니온페이와 손잡고 지난 9월 기준 47개국에서 해외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 네이버 압승… '뱅크' 카카오 개선

간편결제 대전에선 네이버페이가 승기를 잡았다. 네이버페이는 2020년부터 매년 500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카카오페이는 10개 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카카오·네이버, '금융메기' 진출 10년… 정공법vs우회법 통했나


올 3분기 기준 네이버 실적 중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에 해당하는 핀테크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전 분기 대비 0.3% 각각 상승한 3408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15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전 분기 대비 4.4% 증가했다.


카카오페이는 3분기 매출 1589억원, 영업손실 9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 결제액은 1년 전보다 18% 증가한 36조2000억원을, 금융서비스 매출은 같은 기간 0.7% 늘어난 337억원을 각각 올렸다.

이용자수와 결제금액을 비교하면 카카오페이가 네이버페이를 앞섰다. 올 3분기 말 기준 카카오페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2400만명, 네이버페이는 액 1600만명이다. 은행 부문에선 카카오와 네이버가 나란히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954억원으로 전년 동기(787억원) 대비 21.2% 증가했다. 올 누적 순이익은 2793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다. 네이버페이는 '한국판 애플통장'으로 불리는 네이버통장을 출시해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11월 네이버페이가 하나은행과 출시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은 6개월 만에 50만좌가 완판됐고 미래에셋증권과 손잡은 'CMA-RP 네이버통장'은 지난 9월 말 기준 잔고가 2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카카오, 주가 개선 관건… 네이버, 정체성 논란

전문가들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금융메기' 효과가 절반의 성과란 평가를 내놓는다. 카카오는 금융업 라이선스를 확보해 기존 은행들과 나란히 경쟁,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선뵀지만 이자 장사에 집중,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네이버, '금융메기' 진출 10년… 정공법vs우회법 통했나


카카오뱅크의 3분기 이자수익은 5359억원으로 비이자수익(1207억원) 보다 4배 가량 많다. 연체율은 0.49%로 지난해 3분기 말(0.36%)에 비해 0.13%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분기 기준 28.7%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터넷뱅크의 중금리 대출 목표치 30%에 미달한다.

카카오페이가 지분 67%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사업 다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미국 증권사 시버트의 지분 인수를 추진했으나 카카오의 사법리스크 등 불확실성을 이유로 거래가 종결됐다. 카카오페이가 내수 꼬리표를 떼고 해외사업을 확장하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평가다.

주가 개선도 과제로 꼽힌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원대 중반까지 곤두박질쳤다. 2021년 12월 상장 후 장중 25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카카오페이 주가도 4만원대로 추락했다. 카카오의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 1일 카카오페이의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보유 지분율을 5.02%에서 4.45%로 줄였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양호한 실적에도 지배구조와 성장성에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며 "목표 주가를 3만3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금융서비스 매출 비중이 높은 대출시장이 아직 위축돼 수익성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통장 명칭 이슈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네이버통장은 미래에셋증권과 제휴로 만든 종합자산관리(CMA) 계좌로 5000만원까지 가능한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명칭이 네이버통장이라 일부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에 상품명을 '미래에셋증권 CMA-RP 네이버통장'으로 명확하게 변경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IT 금융계열사가 경쟁력을 갖춘 시장 플레이어로 자리 잡으려면 양적·실적 성장을 고루 갖추고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 대주주의 적격성 등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