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앞에선 "흉기에 찔려" 판사 앞에선 "기억 안나"…법원 판단은?
추행 오해 받아 흉기로 수차례 찔렸지만 "그런 적 없다" 위증
재판부 "실체적 진실 발견 저해…죄질 좋지 않아"…징역 6개월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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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경찰 조사에선 "지인으로부터 수차례 흉기에 찔렸다" 진술했지만 법정에선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말을 뒤바꾼 남성. 이런 경우엔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허위 진술임을 충분히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있다면 가능하다. 재판부는 해당 남성이 흉기에 찔리기 전 취했던 행동과 손가락 상처를 보고 그의 증언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북부지법 형사8단독 김범준 부장판사는 위증과 상해 혐의를 받는 김모씨(56)에게 징역 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2022년 6월24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상습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2021년 6월3일 낮 12시쯤 서울 중랑구의 자택에서 김씨, B씨와 술을 마시다 김씨의 옆구리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술에 취해 잠든 B씨를 김씨가 추행하고 있다고 오해해 김씨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찔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본인은 B씨를 추행할 의도 없이 그저 앉아 자다가 A씨가 뭔가를 쑥 빼는 걸 봤다는 것이다. 해당 물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손이 베였을 뿐이며 A씨가 자신을 찌르려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이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했다. 첫번째는 흉기를 손으로 잡은 김씨의 행동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흉기로 김씨의 옆구리를 찌르는 등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면 A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흉기를 손으로 잡진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김씨의 손가락 상처도 위증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판단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흉기로 옆구리를 찌르자 김씨가 왜 그러냐며 흉기의 날을 잡아 손가락에 상처가 생겼다"고 진술했는데, 실제 김씨의 손가락에도 흉기에 베인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에 제출된 증거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흉기의 날을 잡은 것으로 추정되는 왼쪽 엄지손가락에 봉합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재판에 넘겨지기 전 김씨가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흉기에 찔린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해당 내용이 "너무 밉고 화가 났다"며 김씨를 찌른 사실을 인정한 A씨 주장과 일치했던 것도 위증죄 입증에 도움이 됐다.
A씨 사건을 맡은 재판부도 김씨의 진술이 법정 증언보다 신빙성이 높다며 A씨를 유죄로 판단, 2023년 1월에 징역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2022년 2월10일 상해죄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같은 해 6월24일 위증, 2023년 7월31일에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연인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 후 "(김씨는) 집유기간임에도 자중하지 않았으며 위증죄는 심판권의 행사를 저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의 허위 주장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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