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찾은 시민이 서울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1
남산을 찾은 시민이 서울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0%로 7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영끌족들이 한숨 돌리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시장금리 하락이 예상돼 대출자들의 이자부담도 다소 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여전히 이자부담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 금통위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열린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던 2020년 경기침체를 우려해 그 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어 두달 뒤인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5%로 떨어뜨린 이후 15개월 동안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오다 2021년 8월 0.75%로 인상했다.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하다가 올 2월부터 금리를 동결하기 시작했다. 4, 5, 7, 8, 10월에 이어 이달까지 7차례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것.

금융권에선 한은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고 내년 3분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높은 이자부담을 견디고 있는 대출자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에 달한다. 6월 말과 비교해 11조7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도 사실상 종료됐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에 시장금리가 하락 곡선을 그리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도 내리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금리는 1일 기준 연 3.86~5.79%, 변동형 금리는 연 4.58~7.077%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온 것은 올 9월 말 이후 약 두달 만이다.

이는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찾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들이 혼합형 주담대 준거금리로 삼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10월26일 4.810%를 기록하다 11월27일 4.269%로0.541%포인트 떨어졌다.

은행채 금리가 이같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연준이 내년 2분기쯤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대출자들은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에선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더욱 짙어졌다. 11월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선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문구가 두드러졌는데 당초 쓰이던 '상당 기간 유지'란 표현이 '충분히 장기간 지속'으로 변경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산정할 때 준거가 되는 코픽스도 10월 기준 3.97%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를 재유치하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도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관리하라고 요청함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도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한도를 줄이고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향후 대출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면서도 "당국의 상생금융 기조로 대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계빚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출 금리를 빠르게 내리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