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배상율 80%까지 올라가나… 고령층·재투자 쟁점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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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연계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분쟁 조정 절차를 위한 배상기준안을 검토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적합성의 원칙을 운운하며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홍콩H지수 연계 ELS에서 손실 발생 시 배상 여부와 그 비율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 상품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경우 배상 비율 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ELS 이슈 관련' 보고서를 내고 "최근까지도 부동산펀드와 사모펀드 같은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된 일련의 사안에 대해 손실 배상 조치가 이어져 왔다는 측면에서 이번 ELS 이슈 또한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앞서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일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에서 손해액의 40~80% 비율로 배상하도록 했다.
DLF 사태의 경우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등에 따른 기본 배상 비율(30%)에 더해 내부통제 부실책임(20%), 초고위험 상품 특성(5%)을 고려해 25%가 가산돼 기본 배상 비율은 55%였다. 판매사 책임가중사유와 투자자 자기책임사유를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40~80%)을 산정한 것이다.
당시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사례 중 가장 높은 손해배상 비율인 80%를 적용받은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 환자에게 판 상품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80%를 배상하도록 한 사례다. 또한 투자 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 강조한 경우 역시 가중돼 배상비율이 손실액의 75%로 결정된 바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원칙의 취지는 금융기관이 소비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가입 목적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 또 금융사가 일반투자자에게 금융투자상품을 투자 권유할 때 상품 내용과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이해하도록 설명하지 않으면 설명 의무 위반이 적용된다.
이번 ELS 배상기준안 검토 과정에서도 DLF사태와 마찬가지로 '고령층'와 '재투자자'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은행들이 고령층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홍콩 H지수 연계 ELS를 불완전판매한 정황이 발견될 경우 배상 비율이 비교적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적합성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배승 연구원은 "ELS 가입자 가운데 20%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ELS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상품가입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라는 점에서 과거 DLF 사태 등에 비해 실제 배상비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ELS 사태로 인해 은행 신탁 수수료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ELS 판매수수료가 포함된 신탁 수수료 수익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기준 연간 2000억원 규모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14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은행 수수료수익 가운데 약 20%를 차지한다.
전 연구원은 "앞으로 이자 이익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금융상품 판매가 위축될 경우 수수료 이익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취급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오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이다. 은행별로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판매 잔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4조7726억원),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 12106.77까지 올랐다가 현재 5700선까지 떨어졌다. 금융권은 현재 H지수와 상품구조를 고려하면 4조원대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ELS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으로 분류된다. 장기간 지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으로 통상 3년 만기로 운영돼 만기 시점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 시점보다 35~55% 이상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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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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