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 사업을 확대한다. 사진은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공장 전경. /사진=효성그룹 제공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 사업을 확대한다. 사진은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공장 전경. /사진=효성그룹 제공


▶기사 게재 순서
①철보다 가볍고 튼튼… 성장판 열리는 '꿈의 신소재' 탄소섬유
②日 장악 시장에 태극기…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뚝심
③차량경량화 열쇠는 탄소섬유… 미래 개척하는 기업들



일본 기업들이 장악한 탄소섬유 시장에 효성첨단소재가 도전에 나섰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무게가 가벼우면서 강도는 강한 게 특징이다. 우주항공·방산 등 미래 먹거리를 포함한 주요 산업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 효성첨단소재는 국내 핵심 탄소섬유 생산기업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 과반 점유 시장, 효성첨단소재 '도전장'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은 ▲일본 54% ▲미국 14% ▲독일 12% ▲중국 12% 등이다. 한국은 3%에 그친다. 기술 장벽이 높은 탓에 소수 국가가 시장을 독과점하는 중이다. 탄소섬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외로부터 조달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찮다. 국가별로 탄소섬유를 전략물자로 분류하고 수출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탄소섬유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부는 기술 개발 투자, 민간 생산능력 확충 등을 지원해 오는 203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할 계획이다. 탄소섬유 가격이 철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점을 감안, 반값 탄소섬유(㎏당 20달러→ 10달러) 개발을 지원한다. 저가 원료와 저에너지 공정기술을 도입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정부 계획이 발맞춰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2011년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 적용 고강도 탄소섬유를 개발한 효성첨단소재는 2022년 T-1000급(인장강도 6.4㎬, 탄성률 295㎬ 이상)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우주항공 소재 국산화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T-1000급 초고강도 탄소섬유는 공정 난이도가 높고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해 일본과 미국서만 생산이 가능했다.

효성첨단소재는 1조원 규모의 국내외 투자를 통해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연산 9000톤 수준에서 오는 2028년 2만40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증설을 바탕으로 탄소섬유 분야 글로벌 톱3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베트남 남부 바리아붕따우성에 탄소섬유 생산 법인을 설립한다. 전북 전주공장에 있는 탄소섬유 생산라인도 올 하반기까지 증설한다.

올해 실적 반영 본격화

탄소섬유를 살펴보는 효성첨단소재 관계자. /사진=효성그룹 제공
탄소섬유를 살펴보는 효성첨단소재 관계자. /사진=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의 탄소섬유 시장 공략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조 명예회장은 2000년대 초반 탄소섬유의 성장 가능성을 예상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지시했다. 국내 업체들이 진입하지 않았던 분야이기에 주변인들의 만류가 있었으나 조 명예회장은 "아무도 안 할 때 (그 사업 영역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10여년 동안 탄소섬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효성은 2008년부터 탄소섬유 개발을 본격화했고 3년 만에 고강도 제품을 개발했다. 화학섬유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 덕분에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한 것. 이후 조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 경영을 맡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지시 아래 탄소섬유 기술 고도화가 이뤄졌다. 조 회장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고성능 탄소섬유 소재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 탄소섬유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효성의 탄소섬유 사업 확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외 지역에서 탄소섬유 판가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분기별 생산능력 확대가 예고된 덕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는 올해 매출 3조5881억원, 영업이익 2856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2%, 영업이익은 40.6% 증가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매출 3조2561억원, 영업이익 2031억원을 거뒀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해는 매 분기 (탄소섬유) 증설물량이 반영된다"며 "효성첨단소재의 양적 및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0%가량 늘어난 91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