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그룹 본사. /사진=뉴스1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그룹 본사. /사진=뉴스1


SM엔터테인먼트(SM엔터)가 정치권 대응 수위를 높였다. 현 정부 실세인 이철규 의원(국민의힘·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의 전직 보좌관을 대외협력 담당 임원으로 앉혔다. 모회사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로 매각설이 제기되고 측근 회사를 인수하는 데 웃돈을 썼다는 의혹까지 겹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SM엔터는 최근 이 의원실에서 근무한 윤준호 전 보좌관을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윤준호 부사장은 작년까지 국회 보좌관으로 근무했는데 지난 2일부터 SM엔터에 출근했다. 대외협력 분야 총괄 임원은 SM엔터에서 신설된 직책이다.

윤 부사장은 2003년 국회 보좌진 업무를 시작했고 이 의원실에선 20·21대 국회 때 보좌관으로 일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도 지냈다. 20년 동안 국회에 몸담았고 국민의힘의 실세인 이철규 의원실까지 거친 만큼 정부와의 소통이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남다를 것이란 관측이다.


모회사 카카오는 SM엔터 인수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김범수 창업주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이 SM엔터 주가 시세조정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선 카카오가 기존 대외협력 조직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윤 부사장을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SM엔터는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다.


모회사 리스크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SM엔터는 지난해 소형 기획사 10x엔터테인먼트(10x엔터)의 아티스트매니지먼트 사업부문을 22억원에 사들였다. 해당 작업은 장재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SM엔터의 100% 자회사이자 이성수 전 SM엔터 대표가 현직 수장으로 있는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MR)가 인수 주체다.

하지만 인수가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세워진 10x엔터는 소속 아티스트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 출신 김우진씨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의 보유 현금은 312만원에 그쳤고 부채는 자산보다 8억원 많았다.


당시 결정은 SM엔터 내부에서도 '측근 몰아주기' 논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10x엔터의 사내이사 최모씨, 윤모씨가 SM엔터에도 일하는 중이다. 최씨는 SM엔터의 IT(정보기술)비즈니스 센터장, 윤씨는 SM엔터의 선임 직원으로 정보통신기술(ICT)팀 소속이다. 게다가 최씨는 지난 9월까지 10x엔터 대표를 역임했다.

최씨는 SM엔터의 비선 실세인 장 CSO의 측근으로 전해졌다. 그는 10x엔터를 운영하던 2021년 SM엔터의 자회사 SM브랜드마케팅에 발을 들였다. 이성수 당시 SM엔터 대표가 이수만 총괄에게 최씨를 신사업 전문가로 추천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작년 말 이 대표가 장 CSO와 함께 SM엔터의 반란을 도모하던 당시 부상했다. 윤씨와 함께 장 CSO가 계획한 반란 작업을 도왔다는 전언이다. 현 경영진이 집권한 뒤 지난해 3월 SM엔터 본사로 합류했다.

KMR이 8월 더허브의 음악 퍼블리싱 사업부문을 63억원에 인수한 거래도 잡음이 들린다. 2020년 설립돼 순자산 2억원인 더허브 퍼블리싱 영업권을 60억원으로 평가해 사들였다.

이는 경쟁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4월 오너 박진영 이사의 개인회사 'JYP퍼블리싱'을 26억원의 기업가치로 인수한 것과 대비된다. 당시 JYP퍼블리싱은 순자산이 12억원에 달한 데다 순이익도 흑자를 기록했는데 더허브 퍼블리싱의 3분의1분에 불과한 탓이다.

이러한 인수 작업이 이어지면서 주주가치를 훼손으로 반란을 주도한 현 경영진이 무리한 측근 챙기기로 기업가치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