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전경. / 사진=김동욱 기자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전경. / 사진=김동욱 기자


정유업계가 나란히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본업인 석유사업이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의 여파로 부진했던 탓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뒷걸음질쳤다.


SK이노베이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77조2885억원, 영업이익은 1조9039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7684억원, 2조134억원 급감했다.

석유사업의 실적이 주저앉으면서 전체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간 석유사업 매출은 47조5506억원으로 전년(52조5817억원)대비 9.6% 줄었다. 석유사업 영업이익도 8109억원으로 전년(3조3911억원)에 비해 76.1%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9조5293억원, 영업이익 726억원을 거뒀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3926억원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지만 석유사업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지난해 4분기 석유사업 매출은 12조8780원, 영업손실은 1652억원이다. 석유사업부문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4분기(-6612억원)보다 개선됐지만 그해 3분기(1조1125억원)에 비해선 급격하게 줄었다.

다른 회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5.8% 줄어든 35조7272억원이며 영업이익은 58.3% 축소된 1조4186억원이다. 연간 순이익도 9982억원으로 52.6% 감소했다. 4분기만 놓고봐도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지만 정유부문은 2657억원 적자를 냈다.


HD현대오일뱅크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7.9% 쪼그라든 6167억원이며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4분기보다 80.5% 급감한 25억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다른 회사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사의 실적 부진은 정유업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이 영향을 미쳤고 정제마진의 약세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미리 사둔 원유의 재고평가 가치가 상승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가격이 떨어질 경우 가치가 하락해 손실로 잡힌다.


지난해 4분기 평균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4.1달러로 손익분기점으로 지난해 9월 셋째 주 14.3달러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업황에 개선되며 실적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 대비 약 140만b/d 증가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정제설비 증설은 제한적이어서 기존 대비 높은 정제마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