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해외 출장 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는 이 회장.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해외 출장 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는 이 회장.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회장이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확보 등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경쟁력 제고도 만만찮은 숙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24일 단체 행동을 통해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을 맡고 있는 정현호 부회장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노동 존중과 함께 투명·공정한 성과급 체계를 마련하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전삼노는 "정 부회장은 직원들을 방패막이로 세우지 말고 직접 노조와 만나 책임져야 한다"며 "정 부회장의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전삼노가 단체 행동에서 정 부회장을 주로 언급한 것을 두고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전삼노는 삼성전자를 이끄는 실질적 인물이 이 회장이 아닌 정 부회장이라고 주장한다. 정 부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있다.


전삼노는 단체 행동에서 "정 부회장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서초사옥에 모였다"며 "정 부회장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성전자 직원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삼노는 "이 회장은 기술과 투자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기술과 투자는 결국 직원들이 노력해서 일궈낸 영업이익에서 나온다"며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싶으면 직원 앞에 나와서 (기술·투자 외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라고 했다.


노조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사이 삼성전자 DS 부문에 사업 위기가 찾아왔다. HBM 사업 주도권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게 넘어간 것. SK하이닉스는 경영상 비밀인 HBM 수율(80%에 육박)을 공개할 정도로 사업 역량을 뽐내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HBM 5세대 제품(HBM3E)에 대한 엔비디아의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로이터통신 보도 이후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를 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삼성전자 종가는 해명 자료가 공개된 지난 24일 7만5900원을 기록, 전 거래일(7만8300원)보다 3.1% 하락했다. 지난 29일에는 7만520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해명 자료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신뢰성 강화 노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