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갖고 학교용지부담금을 포함한 부담금 18개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27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갖고 학교용지부담금을 포함한 부담금 18개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뉴시스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증가로 적체된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학교용지 부담금 폐지라는 카드를 들었다. 건설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고 교육 당국은 학교 부족 문제를 우려하는 반응이다.


3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학교용지 부담금 폐지를 위한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3월27일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학교용지 부담금은 지방자체단체장 학교용지의 확보 또는 학교 증축을 위해 개발사업 시행자에 징수하는 부담금이다. 2001년 도입됐다. 도입 초기 지방자치단체는 300가구 이상 분양가의 0.8%, 단독주택용지의 1.5%를 부담금으로 징수했다. 예컨대 분양가가 1억원이면 아파트 80만원, 단독주택용지 150만원을 지자체에 납부해야 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20년 이상 0.8%의 요율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학교용지법이 제정된 1995년 초등 학령인구는 390만명에 육박했으나 2022년 266만명으로 줄었고 2030년 159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학교용지 부담금 요율을 조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왔다. 2005년 헌법재판소는 아파트 입주자에게 학교용지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교육부는 납부자를 분양자에서 개발사업자로 변경했다. 부과 대상을 100가구로 확대하는 대신 부과율을 아파트 0.4%, 단독주택용지 0.7%로 낮췄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교용지 마련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09년 부과율을 다시 0.8%, 1.4%로 각각 올렸다. 건설업계가 분양가 인상 등에 봉착한 배경 중의 하나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가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정부의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에는 학교용지 부담금 폐지를 포함했다. 건설업계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적정 대안이자 부담금을 둘러싼 소송 등 사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환영했다.


한국주택협회는 분양가 4억5000만원 아파트의 경우 약 360만원의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법률 개정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도 "개발사업이 학교시설 확보와 관련성을 갖는다고 해도 학교시설 기부채납 부담은 적정 범위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과도한 기부채납으로 주택공급이 저해돼 주거 수준 향상과 주거 안정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재부의 결정에 교육 당국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28일 열린 총회에서 학교용지 부담금 폐지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학교용지 부담금이 폐지시 지방교육재정 부담이 커지고 교육 투자가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특정 지역 개발과 이익을 위해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새 학교가 꼭 필요해 설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교육활동에 사용해야 하는 사업비를 감축하는 사태가 예상되고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교용지 부담금이 폐지될 경우 서울 재건축 단지 내 학교 1개당 용지 매입에 1000억~2000억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땅값이 높아 전국 평균(100억~200억원) 대비 많은 용지 비용이 든다.

학교용지 부담금을 폐지하기 보단 현실에 맞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 부담금이 부과되고 실제 수입 대비 지출이 감소하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교용지 확보나 신설 규정을 지역 특성과 교육 수요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며 "학령인구 변화로 인한 교육수요를 반영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