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갓길 걸어가다 만난 장갑차… 재판 포기 거부한 미군
[역사 속 오늘]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
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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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13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소재의 갓길을 걷던 2명의 여중생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현장에서 숨졌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가던 여중생 2명이 한순간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 특히 사고를 낸 미군이 무죄 판결을 받아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도로 폭보다 넓은 장갑차… 예견된 사고였다
당시 조양중학교 2학년이었던 신효순·심미선 양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국도를 따라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때 주한 미군 미 보병 2사단 44공병대대 소속의 부교 운반용 장갑차가 언덕을 올라왔고 맞은편에선 기갑 전투차량 5대가 내려오면서 신양과 심양을 치고 말았다.사고가 난 도로의 폭은 3.3m인 데 반해 사고 차량의 폭은 3.65m였다. 사고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으려면 두 여중생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고가 난 도로는 인도가 따로 없는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였다. 주민들은 평소 갓길을 인도 삼아 통행했다.
2002년 6월13일 사고가 난 이후 유족들은 "당시 사고 차량의 너비가 도로 폭보다 넓은 데다 마주 오던 차량과 무리하게 교행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예견된 살인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재판 포기 요청 거절한 미국… 미 군사법원,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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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당국은 같은해 7월3일 운전병과 관제병을 과실치사죄로 미 군사법원에 기소했고 라포트 주한 미군 사령관의 사과를 전했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결정과 별도로 검찰이 미군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유족들이 같은해 6월28일 차량 운전병과 관제병, 미2사단장 등 미군 책임자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정부지청에 고소하고 미국 측의 재판권 포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군 측은 신변 위협을 이유로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2002년 7월10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 측에 재판권 포기 요청서를 보냈다. 그러나 같은해 8월7일 미군 당국은 "공무 중에 일어난 사고이기에 재판권이 미국에 있다"며 "이제껏 미국이 1차적 재판권을 포기한 전례가 없다"고 재판권 포기를 거부했다.
2002년 11월18일부터 23일까지 동두천 캠프 케이시 내 미 군사 법정에서 열린 군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기소된 미군 2명 모두에게 공무를 행하던 중 발생한 과실 사고임을 근거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미군은 이로부터 5일 후 사죄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판결에 국민은 분노했고 반미시위가 지속됐다. 결국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직·간접적으로 사죄했고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은 유감을 표명했다.
사건 발생 10년 후… 용서를 말한 유족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 후인 2012년 고 심미선 양의 아버지 심수보씨는 두 여중생의 사망 10주기를 맞아 반미단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추모행사가 준비되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다.심씨는 "사고를 낸 미군도 이젠 편히 지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하는데 (미군이) 애들이 미워서 낸 게 아니지 않나"라며 "얼굴도 모르지만 그 미군들도 이젠 마음의 짐을 덜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효순·심미선 양이 장갑차 압사 사건으로 사망한 뒤 10년이 흐른 2012년 5월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대한 개정에 합의하고 범죄 피의자인 미군 관계자의 신병을 기소 전에 한국 당국에 인도할 수 있도록 협정 운용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개정 전까지 협정 운용상의 합의 문서에는 미국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아도 한국 측이 신병을 구속한 지 24시간 이내로 기소하지 못하면 석방하라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24시간 내에는 수사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신병 인도가 실현된 적이 없었다. 이 개정을 통해 해당 조항이 삭제되면서 지금은 기소 전이라도 한국이 범죄 피의자인 미군 관계자를 인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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