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블랙록(BlackRock)의 회장 래리 핑크(Larry Fink)는 "더 이상 ESG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유행이 끝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말 ESG는 한동안의 유행이었을까? 최근 딜로이트에서 흥미로운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글로벌 M&A전문가 500인을 대상으로 2022년이후 2년만의 조사로 그 내용을 보면 인수합병과정에서 ESG를 고려하는 횟수가 인수에 10%(64%->74%), 매각에 18%(50%->68%) 증가하였다고 한다.

전세계 규제당국이 강화된 수준의 보고를 요구하는 법안과 규정을 지속적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달았다. ESG가 M&A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결론이다. 이 발표내용을 참조하지 않더라도 입법 동향과 글로벌 기업 환경을 보면 ESG가 여전히 핵심적인 경영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유럽연합(EU)은 ESG 규제의 선두주자로, ESG 공시 및 기업의 지속 가능성 관리에 관한 법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탄소감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 스마트폰, 전기차 등의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및 친환경강화를 위한 배터리법, EU내 유통되는 제품에 대한 포장재 및 포장폐기물 기준을 강화하는 포장재법(PPWR)등 규제법령에 더해 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을 통해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및 인권 침해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방지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제 유럽 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벌금과 평판 훼손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 또한 ESG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미국은 강제노동금지법을 통해 중국 신장 지역에서 발생하는 강제 노동과 관련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안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인권 문제가 중대한 경제적 제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또한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들이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지속 가능성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ESG라는 용어 자체가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핵심 가치는 오히려 글로벌 경영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ESG 경영의 실천은 단순히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직면한 법적, 경제적 현실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ESG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하며, 전 세계 정부와 규제 기관들은 ESG 관련 법안을 통해 기업들이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 현황은 ESG가 단순히 '유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필수적인 규제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ESG 규제를 준수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책임 경영을 추구할 때 비로소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 /그래픽 김은옥 기자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 /그래픽 김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