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9억달러 '필리핀 도로공사', 현대건설 등 수주 경쟁
한-필리핀 정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마닐라(필리핀)=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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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토 면적의 3배에 달하고 7641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서 국내 시공능력 2위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도심 순환도로 건설공사의 수주를 노린다. 수년간 철도와 교량 등 인프라 공사를 수행하며 보여준 기술력이 필리핀 정부와의 신뢰를 구축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6~7일 아시아 순방 외교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이끌어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수도 마닐라와 북부 클락의 연결 고속철도를 공사 중인 현대건설을 비롯해 DL이앤씨·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등 대형사 여러 곳이 메트로마닐라 순환도로 건설공사인 '라구나 레이크쇼어 로드 네트워크 프로젝트'(Laguna Lakeshore Road Network Project)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메트로마닐라는 수도 마닐라를 중심으로 필리핀 인구 13%와 국내총생산(GDP) 37%가 몰린 광역 도심이다. 교통량이 세계 4위에 이를 만큼 과밀화가 심각하다. 이번 사업은 메트로마닐라에 위치한 라구나 호수의 호안선을 따라 고가도로와 제방으로 구성된 순환도로 일부 구간을 건설하는 공사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라구나호 순환도로 37.5㎞ 가운데 7.9㎞ 연장 구간의 공사가 발주되는 것으로 EDCF 9억5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사업비로 지원할 예정이다. 공사비는 약 3300억원(10월14일 환율 기준)으로 추정된다.
EDCF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장기 저금리로 빌려주는 유상 원조다. 필리핀의 파나이·기마라스·네그로스섬(PGN)을 연결하는 해상교량 건설공사의 파나이-기마라스 13㎞ 연장 구간에도 10억달러 이상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EDCF 최초 10억달러 규모이자 역대 1~2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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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공사로 조건을 한정한 경쟁입찰 방식에 따라 공사계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필리핀은 섬나라 특성상 해상과 항공 교통이 발달한 반면 철도·도로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취약해 교통 수요를 분산하고 남북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육상 교통이 발전 단계에 있다.
현재 필리핀 마닐라와 북부 클락을 잇는 남북철도 공사에는 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가 각 공구를 담당하고 남북철도 남부구간(남부도시철도) 4개 공구도 현대건설·롯데건설이 시공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 건설업체가 아시아에서 수주한 공사금액은 2023년 누적 기준 3110억달러(약 415조5000억원)다. 중동(4824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과 일자리가 몰린 마닐라를 중심으로 고층 건물 등 건설공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필리핀 건설업체가 시공하고 한국 회사들은 기술 강점을 보유한 토목공사에서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향후 필리핀 건설시장에서 수주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필리핀 순방 이틀 차인 지난 7일 마닐라 말라카낭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수교 75주년 정상회담을 열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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