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엔 장수 안 바꾼다?… 삼성카드발 CEO 교체 바람 불까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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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가 5년 만에 수장 교체에 나서면서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카드업계 CEO(최고경영자)들의 거취에 눈길이 쏠린다. 통상 카드사들은 업계 불안정이 가중될 때 경영효율·안정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사업,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수장을 교체하는 등 깜짝 인사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달 2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김이태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출신으로 2016년 삼성전자 합류 후 글로벌커뮤니케이션그룹장 및 대외협력팀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김대환 현 사장은 임기를 못 채우고 자리를 떠나게 됐다. 김 사장은 2020년 3월에 취임한 뒤 업황 부진 속에서도 성과를 입증, 지난해 말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 사장 3명을 교체하는 대대적 '물갈이 인사'에서도 살아남으며 2026년 3월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이었다.
이번 인사는 쇄신·혁신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김 사장의 유임은 삼성그룹의 성과주의가 배경이 됐지만 삼성카드는 신사업 확장이 중요해지면서 실적, 성과가 아닌 새로운 사업을 이끌 인물을 수장 자리에 앉힌 모습이다.
삼성카드 측은 "김이태 사장이 금융분야 경험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통해 기존의 결제, 금융사업을 넘어 디지털, 데이터 혁신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영역으로의 확장을 리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카드발 교체 바람 불까… 카드사들 노심초사
삼성카드발 인사가 카드업계로 번질지도 관심사다.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카드사 CEO는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등이다.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무난히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1월부터 신한카드를 이끌고 있는 문 사장은 20년 넘게 카드업에 몸 담은 전통 '카드맨'이다. 1996년 LG할부금융에 입사한 뒤 신한카드 경영관리팀 부장, 상품 연구개발(R&D) 센터 부장, 전략기획팀 부장, 경영기획그룹 상무 등을 지낸 대표적 재무·전략 전문가다.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5527억원으로 집계되며 1년전과 비교해 17.8% 증가했다. 신용판매, 할부, 오토리스 등 영업수익이 고르게 증가한 점이 주효했다.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역시 변수 없이 또 한 번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월 사장직에 오른 그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자타공인 '영업통'으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고졸신화'를 잇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대구중앙상고를 졸업하고 1981년 한일은행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여행특화카드 '트래블로그', 프리미엄브랜드 '제이드' 성공이 그의 연임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실적도 성장했다. 하나카드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844억원으로 전년동기(1274억원) 대비 44.7% 증가했다. 2023년 3분기부터 올해 3분까지 5개 분기 연속 전년대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다만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사장들의 연임엔 평가가 엇갈린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모두 경영성과는 입증했지만 그룹 내부 인사가 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2022년 1월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KB 위시카드'를 100만 고객이 쓰는 상품으로 성장시키며 효자 상품으로 키웠다. KB국민카드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역시 3704억원으로 1년 전 2724억원과 비교해 36% 늘었다.
다만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는 그의 발목을 잡는다. 이 시장은 과거 KB금융지주 글로벌전략총괄(CGSO) 부사장 등을 지내는 등 전략·글로벌 부문의 컨트롤타워 경험이 풍부해 KB국민카드의 해외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KB국민카드의 해외법인은 올해 상반기 26억7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아울러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연임에 실패하고 이환주 KB라이프 대표가 내정되면서 계열사 CEO들의 인사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은 지난해 7월 독자결제망을 출범시켰지만 이 같은 성과와 별개로 우리금융그룹내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쇄신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특히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우리은행장 내정자로 선정된만큼 우리카드 등 계열사 수장들이 교체될 가능성도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최근엔 업황 악화에 따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로 수장을 교체한다"며 "내년 역시 업황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어 세대교체 차원의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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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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