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내년에도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건설업계가 내년에도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업 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정하고 있습니다." - 건설업계 관계자 A씨


유례없는 경기 불황 장기화에 신음하던 건설업계가 새해를 앞두고 탄핵 정국과 트럼프 2.0 시대라는 대형 리스크에 직면했다. 미국 최우선 주의를 내세워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관세 인상 등 대외정책을 전면 수정하며 각국 정부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트럼프 리스크로 1450원을 돌파한 고환율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과 중동 수주 위축 등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산업 비상… 트럼프 리스크 직격탄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는 새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긴장감이 가득하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공사비 폭등을 겪으면서 수익이 감소한 건설업체들은 새로운 대외 리스크가 부상한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해외 사업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트럼프는 지난 1기 집권 시절에도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바꿨다. 내년 1월 새로 출범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위대한 미국 만들기'(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을 내세워 외교·안보·경제·통상 등 분야에서 강경 행보를 예고했다.

트럼프가 보편 관세 적용과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 대중국 강경 대응(최혜국 대우 철폐, 우회 수출 차단)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며 수입 물가가 상승할 전망이다. 이민자 감소로 서비스 부문 임금 인상, 제품 가격 상승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도 건설업계에는 악재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1453원을 찍으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철근·모래 등 건설 원자재 수입 비용이 뛰고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건설업체 수익 감소는 물론 분양가 상승으로 소비자 피해도 피할 수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특히 분양 성수기를 앞두고 일정을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분양 계획이 지연되면 이자가 늘어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이는 다른 사업의 지연으로 이어진다"며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은 이를 극복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경영 불확실성이 계속돼 건설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경영 불확실성이 계속돼 건설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중동 쏠림 현상 여전… 해외 수주 해법 있나

해외 사업도 불안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 건설업계의 중동 수주 비율은 51.0%로 전년 동기(30.2%) 대비 20.8%포인트(p)가 늘었다.


권역별로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유럽(6.4%→ 15.4%)만 증가했고 ▲아시아(20.4%→ 16.7%) ▲북미·태평양(34.1%→ 13.3%) ▲중남미(5.0%→ 3.0%) ▲아프리카(3.9%→ 0.6%)는 뒷걸음질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이 전통의 수주 텃밭이긴 하지만 전쟁으로 정세가 불안하고 과거에 저가 수주로 대형사들에 큰 손실을 입혔다"면서 "수주시장 다변화가 필요함에도 중동 발주처의 대형 프로젝트가 많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 수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이날 주요 건설업계를 초청해 긴급 동향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지원책 등을 논의했다. 해외건설협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은 "해외건설 시장에서 대외 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