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원/달러 환율 1400원선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지난해에만 달러보험에 1조원 가까운 뭉짓돈이 몰리는 등 킹달러 바람을 탄 새로운 재테크 수단도 눈길을 끈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원/달러 환율 1400원선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지난해에만 달러보험에 1조원 가까운 뭉짓돈이 몰리는 등 킹달러 바람을 탄 새로운 재테크 수단도 눈길을 끈다./그래픽=이미지투데이


올해 재테크 전략에 핵심 키워드는 익스체인지 레이트(Exchange rate·환율)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탈환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선이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만 달러보험에 1조원 가까운 뭉짓돈이 몰리는 등 킹달러에 달러 투자가 늘고 있다.


을사년 원/달러 환율는 뱀의 꼬리처럼 활기찬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26일까지 판매한 달러보험액은 9639억원으로 1조원을 육박했다. 2023년 연간 판매액이 5679억원인걸 감안하면 70% 가량 많은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투자에 관심이 많은 자산가들이 달러보험을 많이 찾는 분위기"라며 "달러 수요가 없던 고객들도 달러투자에 새롭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을사년 '뉴모멀' 1500원 찍나… "신중한 접근 필요"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환율은 브레이크가 고장난지 오래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를 기준으로 1472.5원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3월(1485.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본격적인 달러 강세가 진행된 4분기만 떼어 보면 변동폭이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일일 종가 기준) 평균은 1398.75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15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도 강달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서울 구로구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은도 비슷한 진단이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앞서 공개한 '2025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관세·이민·감세 등 트럼프 정부의 정책 시행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정체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역시 원/달러 환율 상단을 지난해와 비교해 높게 점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원/달러 환율은 상고하저를 전망한다"며 "특히 1분기 상단은 1490원, 연평균은 1400원으로 지난해 1364원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강달러에 달러보험도 인기… "환차손 주의해야"

달러보험은 달러화로 적립해 운용하고 보험금도 달러로 수령하는 금융상품이다. 일반 보험처럼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다양한 종류로 판매된다. 만기 30년 이상인 보장성 보험이 주를 이루는 장기상품이다.


외화예금보다 이율이 쏠쏠하고 원/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현재 하나은행의 10년확정금리 달러보험의 경우 연 5.27%의 금리를 확정해주며 복리효과로서 10년 시점 158.51%를 환급한다.

보험금 수령 시점의 환차익에 대한 과세가 붙지 않아 세제 혜택도 쏠쏠하다.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예·적금 대비 혜택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인기요인이다.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자산가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지목됐다.

이준순 하나은행 Club1한남PB센터지점 PB부장은 "달러보험 상품 특성상 달러로 투자되고 이자 역시 달러로 지급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이 발생될 수 있다"며 "미국 10년 금리와 연동해 채권에 투자되는 상품의 경우 미국금리 상승 시 만기 전 해지한다면 원금에서 추가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달러보험 가입 전 성향에 맞게 장단기로 나누고 달러 매입·매도 시점을 분산한다면 환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 변동 리스크가 있는 만큼 달러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월 700달러를 납입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 원화 환율이 1300원일 때는 월 91만원을 납입하면 되지만 1400원이 되면 98만원으로 오른다. 다시말해 보험금 수령 시점에 달러 약세가 이어져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떨어져 있으면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이준순 PB부장은 "무엇보다 달러보험은 투자상품이 아니다"며 "장기적인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상품으로 단기적인 환차익만 바라고 가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달러보험은 환율이 상승하면 내야 할 보험료가 늘어나고 환율이 하락하면 받아야 할 보험금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