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①빗장 열리는 만리장성… 게임업계 볕 들까
[만리장성 넘는 韓 게임사 '위기와 기회'] 현지 진출해도 중국 게임사 개발력 무시 못 해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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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4 | 0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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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이 한국 게임에 대해 외자판호 발급을 확대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에게 기회와 위기가 함께 다가오고 있다. 텐센트 등 현지 파트너를 통한 진출 가능성이 열리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기회가 늘어났지만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 강화는 위협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중국 텐센트 견제까지 본격화된다면 한국 게임사들의 현지화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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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았던 중국 게임 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다. 현지 정부가 게임 산업에 주목하면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이 확대되고 있는 까닭이다. 부진에 빠졌던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을 활로로 삼고 글로벌 진출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NPPA)은 지난해 12월23일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키우기', 님블뉴런의 '이터널 리턴',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리버스' 등 게임 13종에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이 중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님블뉴런 '이터널 리턴'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리버스'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 등 한국 게임이 포함됐다.
작년 해외 게임에 공급한 외자판호는 110건으로 2023년(98건)보다 12건 늘었다. 2017년 467건에 달하던 외자판호 발급 건수는 2022년 44건으로 급감한 뒤 회복세다.
한국 게임사들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극복 단계에 진입했다는 시각이 많다. 세계적인 게이머를 보유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국 게임 시장을 지난해 3257억8300만위안(약 64조6000억원) 규모라고 분석했다. 게임 이용자 규모는 6억7400만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7.53%, 0.94% 올랐다. 같은 해 e스포츠 산업 매출액은 275억6800만위안(약 5조4700억원)을 기록, 전년과 견줘 4.62% 성장했다.
국내 게임사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엔씨소프트는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와 함께 작년 10월 판호를 획득한 자사 대표 IP '리니지2M'을 중국에서 연내 서비스할 계획이다.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도 텐센트를 통해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 2023년 말 판호를 발급받고 작년 10월까지 수 차례 비공개 테스트를 거치며 현지 반응을 살폈다. 원작인 블레이드소울이 중국에서 200만명에 가까운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만큼 이번에도 기대가 크다.
넷마블은 허가권을 확보한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를 중국 시장에 선보인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쉬운 게임을 모토로 이용자들을 공략한다. 원작의 감춰진 이야기를 토대로 확장된 세계관을 선사할 계획이다. 2014년 원작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가 이미 현지에서 출시됐고 2020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시프트업·위메이드, 현지 진출 후발주자도 성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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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업은 자사 히트작 '승리의 여신: 니케'(니케)를 중국 시장에 꺼내들 계획이다. 지난 9일 중국 사전 예약 소식을 알리고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는데 모집 최종 목표는 800만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텐센트와 손잡고 현지화 작업에 나섰다. 서브컬처 장르 인기가 높은 현지에서 미소녀가 등장하는 서브컬처 콘셉트의 니케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니케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4500만건을 넘어서고 한국과 일본, 대만, 미국 등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작년 기준 누적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위메이드도 대표작 '미르M'과 '미르4'를 토대로 중국 시장을 노린다. 미르M은 판호 획득 후 더나인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고 미르4 또한 중국 37게임즈와 퍼블리싱을 체결 후 판호 획득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인업을 강화해 현지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스마일게이트 '크로스 파이어', 크래프톤 '배틀 그라운드' 등 국내 게임의 메가 히트작들이 즐비하다. 작년 2월 판호를 얻은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중국 시장에서 5월 출시돼 4개월 동안 매출 약 8억2000만달러를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해 6월 판호를 획득한 펄어비스 '검은사막' PC판도 10월 현지 서비스 중이다.
게임 관련 강도 높은 규제와 중국 게임사들의 눈부신 성장은 국내 게임사들의 걸림돌이다. 판호 발급이 어려워 개발을 해도 출시 시점이 늦춰지면서 참신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트렌드에 민감한 게임 시장에서 불리한 요소다.
과거 작품성이나 게임성에서 중국 게임을 압도하던 시절도 지나갔다. 중국 게임 '원신', '검은신화: 오공' 등은 세계 시장을 휩쓸며 수준 높은 개발력을 증명했다. 한국 게임사들은 한층 더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중국 유저의 취향에 맞춘 현지화와 트렌드 민감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 시장 재개방은 국내 게임사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하며,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중국 시장이 열린 건 또 다른 사업 수단 확보 의미한다"며 "텐센트가 운영 및 마케팅을 대부분 담당해 국내 게임사로선 부담이 적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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