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건설업계 불안감이 고조된다. 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등 국내 그룹사가 진행 중인 북미 현지 시공 프로젝트는 무리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건설업계 불안감이 고조된다. 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등 국내 그룹사가 진행 중인 북미 현지 시공 프로젝트는 무리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오는 20일(현지 시각)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국내 건설산업에도 위기감이 고조된다. 시공능력 1·2위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등 대형사는 그룹에서 발주받은 해외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업계는 진행 중인 공사의 트럼프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나, 다만 미국의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 하에 교역 중단·관세 인상 등이 강화되면 간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추가 수주나 사업 확대도 쉽지 않게 된다.
[S리포트]⑨글로벌 건설 이끈 삼성·현대… 트럼프 리스크 '전운'


북미 시공 현장, 트럼프 리스크 '제한'

국내 건설업계는 최근 수년 동안 북미·유럽으로 시장 진출을 넓혀왔다. 과거 중동 의존으로 저가 수주 피해가 컸고 태양광 발전, 배터리 공장 등 신규 사업에도 진출한 영향이다.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 수주 절반을 차지하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삼성E&A는 최근 미국 사업이 성장세를 보였다. 건설경기 불황에도 지난해 3분기 누적 삼성물산의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6조9778만원) 대비 성장한 약 7조195만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도 8조3357만원에서 10조9522만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미국 테일러 FAB1 신축공사(8조6580억원)와 미국 오스틴 리트로핏(성능개선) 2차 프로젝트(2242억원) 등 반도체 공장 공사를 진행중이다. 삼성E&A도 1조426억원 규모의 미국 삼성전자 T-PJT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를 맡아 최근 준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미국 조지아의 전기차 SK배터리공장 신축공사(2조7689억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LG배터리공장 신축공사(2조1226억원) ▲미국 HMGMA 현대차공장 신축공사(2조515억원) ▲미국 HMGMA 모비스공장 신축공사(8995억원) ▲미국 HMGMA 글로비스공장 신축공사(3583억원) 등도 수행 중이다.

트럼프가 외교·안보·경제·통상 등 전 분야에서 강경 자국주의 행보를 예고했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진행 중인 해외 사업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해외 현장의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해외 사업 확대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특히 트럼프의 정책 방향이 재생에너지보다 석유 등 전통에너지에 가까워 원자력발전소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공사를 수주해 완수하는 등 굵직한 실적을 쌓아왔지만 문재인 정부 2017~2021년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사업이 중단됐다. 현 정부 들어 다시 원전을 재개했음에도 산업 경쟁력이 훼손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 사업 수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북미와 중동 시장이 대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 사업 수행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북미와 중동 시장이 대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이란 강경책, 중동 사업에 '빨간불'

국내 건설업체들에 더 큰 영향은 트럼프의 대이란 강경책이 될 전망이다. 관세·물류·환율 등 변동에 따른 간접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미국 행정부가 일자리 증가를 위해 산업시설에 대한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생산이 이뤄져야 관세 문제를 회피할 수 있어 많은 업체의 해외 진출 시도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중동 시장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책에 의해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중동 국가의 발주가 축소될 수 있다"며 "한국의 주력 시장인 중동에서 투자가 위축되면 부정 영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공 중인 프로젝트도 국가 신용도가 낮은 국가의 경우 공사대금을 지급받는 시기가 늦어지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9년 동안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는 중동·아시아에 집중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사가 전체 수주의 17.7%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 해외 수주 가운데 중동은 184억9000만달러(약 26조9270억원·49.8%)로 절반에 달했다. 이어 아시아 71억1000만달러(약 10조3514억원·19.2%) 유럽 50억5000만달러(약 7조3523억원·13.6%) 북미 46억9000만달러(약 6조8282억원·12.6%)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