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⑦트럼프 시대 화석연료의 귀환… 볕드는 정유·석유화학업계
['기대와 우려' 트럼프 2.0 시대] 트럼프 행정부 2기 체제 에너지 정책 핵심 '화석연료'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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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백악관에 재입성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주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서명을 예고하는 등 벌써부터 보호무역의 허들을 높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된 각종 경제정책도 뒤집을 가능성이 커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비롯한 글로벌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정책 변화는 국내 경제 성장률은 물론 주요 산업과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2.0 시대'를 앞둔 한국의 통상 환경과 산업별 전망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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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재출범하면서 석유산업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친환경 기조가 둔화하고 화석연료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한국 정유업계의 새로운 기회가 예상된다.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기존의 석유 사업에 주력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탄소중립에 대비할 방침이다.
"드릴, 베이비, 드릴"… 시추 확대 및 규제 완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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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조업 부흥을 위해 값비싼 친환경 에너지 대신 화석연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대선 공약집 '의제(Agenda) 47'에서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 보유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구호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석유 증산을 약속했다. 화석연료의 탐사, 채굴, 개발 등을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정부가 제한한 연방 토지 내 시추 제한도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성은 인사를 통해 윤곽을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화석 연료에 우호적인 인물들을 요직에 앉혔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내무부 장관 겸 국가에너지 의장에 내정했다.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은 에너지부 장관 겸 국가에너지회의 위원으로 지명됐다.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리 젤딘 전 하원 의원이 내정됐다.
미국 에너지 정책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화석연료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7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이제 우리는 에너지 자립(independent)에서 지배적(dominant)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정KPMG '트럼프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 증가로 원유와 가스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 기조 완화로 한국 기업의 ESG 관련 부담은 축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친 에너지 정책'에 韓 우호적 환경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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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공약대로 석유 증산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 한국 정유사들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탐사와 시추에 대한 규제가 해제돼 생산이 확대되면 저유가가 되면 단기적으로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제마진이다. 저유가로 운전 비용이 감소하면 원가 부담이 완화되고, 유가가 떨어진 만큼 수요가 증가해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석유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저유가로 돌아설 경우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내연기관차 수명이 2028년까지 연장돼 석유 수요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도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을 반긴다. 한국 기업들이 원재료 조달에 있어서 유리한 국면을 점할 수 있다는 이유다. 현재 한국 석화산업은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로 고전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이란으로부터 저가에 원유를 공급받아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는데 트럼프가 제재에 나설 경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은 2022년 배럴당 22달러, 2023년 11달러, 2024년 9달러가량 저렴한 러시아 원유를 받아 쓰며 원가 우위를 누려왔다. 러시아·이란 원유 수입 비중 35%를 감안하면 총도입 유가는 3.5~7달러 저렴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2.0의 정책은 한국 NCC의 원가부담 경감과 경쟁국의 원가 우위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며 "이란에 대한 압박이 재개되며 이란의 원유 수출이 다시 급감하고, 종전에 따른 러시아 제재가 다소 완화된다면 저렴한 러시아·이란산 원유·납사를 받아쓰는 중국과 대만의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은 다소 약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트럼프의 화석연료 에너지 정책으로 시간을 벌었다. 글로벌 친환경 전환 속도가 둔화하면서 미래 에너지 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한국 에너지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이차전지, 수소 사업을 점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를 강조한 덕분에 사업 전환을 위한 준비 시간이 생겼다"며 "현재 사업에 주력하면서도 미래 산업에 대한 준비를 지속해 미래 친환경 시장 개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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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