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③예전과 다른 중국 게임, 안방마저 위협한다
[만리장성 넘는 韓 게임사 '위기와 기회'] 국내 시장 파고든 중국 게임… 韓 게임사는 中서 부진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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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4 |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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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이 한국 게임에 대해 외자판호 발급을 확대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에게 기회와 위기가 함께 다가오고 있다. 텐센트 등 현지 파트너를 통한 진출 가능성이 열리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기회가 늘어났지만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 강화는 위협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중국 텐센트 견제까지 본격화된다면 한국 게임사들의 현지화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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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은 12조원 규모의 주요 수출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10년 만의 역성장과 함께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내 시장 정체와 중국 게임사의 급성장으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로 중국 시장 재진입과 글로벌 다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14일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게임 개발사의 연간 수출액은 83억453만달러(약 11조5250억원)를 기록했다. 약 9만명의 종사자를 보유한 게임산업은 대한민국 주요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2023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감소하며 10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게임 시장이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이 중국 게임사들의 공세가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은 과거 국산 게임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미르의 전설2' ▲'열혈강호 온라인'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산 PC 온라인 게임들은 중국 게이머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게임 한류'를 이끌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국산 게임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게임 전체 수출액의 30%는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년 대비로는 4% 감소하면서 하락세가 완연하다. 중국 현지에서 국산 게임의 영향력이 약화한 배경으로는 판호(허가증) 발급 제한 등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가 꼽힌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한령으로 인해 2022년 11월까지 판호를 발급 받은 한국 게임은 2개에 불과했다.
2022년 말 일부 국산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으며 진출이 재개됐지만 중국 시장의 빠른 성장과 높아진 이용자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한 탓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사이 중국 게임사는 대규모 투자와 개발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국산 게임을 앞지르게 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중국산 게임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에서 비중이 가장 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7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에서 ▲'라스트 워: 서바이벌' ▲'WOS:화이트아웃 서바이벌' ▲'원신'이 각각 2~4위를 차지하며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각각 ▲퍼스트펀 ▲센추리 게임즈 ▲호요버스가 개발했는데 이들은 모두 중국 게임사다.
중국 게임의 성공 요인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다양한 장르를 반영·공략하는 전략이 꼽힌다. 중국 게임업체들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유저층을 겨냥하며 ▲서브컬처 게임 ▲전략 게임 ▲방치형 RPG 등 다양한 장르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중국산 게임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M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간단한 조작과 짧은 플레이타임을 내세워 유저를 끌어들이며 한국 게임이 놓치고 있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과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통해 지속 가능성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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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은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 형식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국내·외에서 성장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30·40세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 MMORPG 중심의 구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된 고질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였다. 과거 중국과 한국의 게임 이용자들은 콘솔보다 PC 온라인과 모바일 MMORPG 장르를 선호하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바일 MMORPG의 전성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성공한 중국 서브컬처 게임인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을 비롯해 라스트 워: 서바이벌,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등은 모두 MMORPG 장르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중국에서는 간단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게임사는 최근 대만과 중동, 인도 등 신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시장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2023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매출액은 3029억6400만위안(한화 약 57조57억원)으로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12월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 판호를 획득했다. 넷마블은 저용량과 저사양, 쉬운 게임성을 앞세워 하드웨어가 약한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시프트업도 지난해 10월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판호를 획득한 뒤 지난 10일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진출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과 게임성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 수준도 월등하게 높아져 한국 게임이라고 많은 관심을 받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그런데도 중국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PC 보급률도 늘어나고 있어 국내 게임사에는 여전히 기회의 땅으로 여겨져 높은 게임성을 바탕으로 진출해 게임 산업의 반등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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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