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국 고려아연 노동조합 위원장. /사진=고려아연 노동조합
문병국 고려아연 노동조합 위원장. /사진=고려아연 노동조합


문병국 고려아연 노동조합 위원장은 "MBK의 고려아연 적대적 M&A는 단순한 회사간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 보호라는 국익 차원의 관점에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 역시 고려아연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7일 머니S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사모펀드에 돈을 맡겨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MBK와 영풍 측의 공개매수 이후 4개월 넘게 지속한 분쟁의 결과가 이번 임시주총에서 결정될 수 있어서다. 특히 이번 임시주총의 '캐스팅 보트'로 지분 4.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역할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1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 회의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문 위원장은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입장을 내줄 것을 호소했다. 이번 적대적 M&A를 단순히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국익의 관점에서, 또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을 지배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부작용 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게 문 위원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과 일문일답>


▲ 지금 고려아연, 특히 대부분 직원이 근무하는 울산(온산)제련소 근로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많은 직원이 불안감을 느끼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넉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대한 기사가 나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산성과 집중력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안전문제로 이어질까 우리 노동조합도 크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임직원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고민이 크다. MBK와 영풍 측은 지난해 9월 13일 기습적인 공개매수를 선언한 뒤 적대적 M&A를 성사하기 위해 지금까지 온갖 술수를 동원해 공세를 이어왔다. 20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뿐이 아니다. 그 가족들과 지인들, 또 온산제련소가 자리 잡고 있는 울산 지역 내에서도 걱정이 많으시다.

▲ 고려아연 근로자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MBK와 영풍이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고려아연은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노사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MBK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에 대한 비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와의 관계 등에 대한 철학도 없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성공할 경우 근로조건 악화와 인력 감출, 구조조정 등을 강행할 거라는 걱정이 매우 많아. 노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MBK와 영풍은 지난 50년간 근로자들의 피땀과 헌신으로 이룬 고려아연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일자리와 고용불안에 내몰린 절박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 회사에 대한 비전도, 노동자와 직원들에 대한 철학도 없는 사람들이다.

▲MBK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안 하고 노조와도 대화하겠다는 입장인데?

우리는 이미 그들이 해온 행태를 익히 봐왔다. 예를 들어, 한 대형마트를 인수한 뒤 폐점을 이어가며 부당한 인력 구조조정을 강행해 회사 임직원과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외에도 기업가치를 저해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하고 우리가 눈으로 확인을 해왔는데, 그들을 말을 어떻게 믿겠나.

인력 감축, 투자축소 후 회사의 단기적 가치만 높여 중국 등 외국자본에 매각할 것이 뻔하다. 자신들이 투자한 금액을 몇 배로 뻥튀기하기 위해 회사를, 핵심기술을, 그리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팔아넘길 것이다. 우리 2천 고려아연 근로자는 우리의 안정적인 삶의 터전과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M&A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영풍은 오랜 기간 동업 회사였다. 지금에 와서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경영 능력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을 경영할 만한 능력이 없다. 영풍의 경영실적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각종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임직원들이 구속되고 고려아연이 주는 배당금으로 버티고 있는 회사다. 고려아연을 장악한다면 수많은 노동자의 삶의 터전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영풍은 매년 적자를 보는 회사다. 심지어 중대재해법으로 전현직 경영진이 다 구속됐다. 폐수를 방류해서 두 달간의 조업정지도 받았다. 반면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회사다. 주주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은 영풍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고려아연에 할 얘기가 아니라 영풍 자신에게 해야 한다.

▲고려아연 노조 입장에서 MBK 측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제기하는가?

고용안정과 지속가능한 경영, 중국 등 해외 매각 문제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MBK가 그간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을 인수한 뒤 노조와 부딪힌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MBK는 '그런 일 없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심지어 국회에서도 딱 잡아떼더라.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게 존재 이유기도 하다. 결국 인력과 비용을 줄이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 과정에서 노조와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경영도 매우 중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누가 경영자가 될 것 인가가 근로자들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매각에 대해서도 걱정할 수밖에 없다. MBK는 지난해 국감에서 해외 매각과 관련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현재로선 없고 추후엔 있다는 얘기인가? 중국에는 안 팔고 일본엔 필 수 있단 얘기인가? 신뢰가 안 간다.

▲고려아연은 오랜 기간 무분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 역시 경영진과 갈등이나 이견이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오랜 기간 파업 없이 무분규로 노사협상을 타결해 올 수 있었던 건 일단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과를 내고, 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큰 전제는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경영권만을 외치면서 구체적인 사업 비전과 계획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노조에 진솔한 대화를 요청하거나 설명을 한 적도 없다. 회사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파트너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국회와 한국노총에 직접 찾아갔다. 어떤 얘기를 했나.

직접 찾아뵙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저는 그 자리에서 국민연금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부분 대기업의 주주인 공적기관 국민연금이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투기자본의 반노동자적 약탈적 인수합병에 대해 강력히 경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이번에도 고려아연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이번 MBK의 적대적 M&A의 경우 단순히 회사 간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 보호라는 국익 차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 드렸다.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투기자본에 돈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사태에 대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한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오늘 열리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통해 의결권을 결정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저희의 바람을 반영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이번 고려아연 사태를 주주 간 경영권 분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저희는 국민 여러분과 주주, 투자자와 당국자 여러분께 간곡한 호소를 드리고 싶다. 저들은 환경과 안전에 대한 투자는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곳들이다. 고려아연은 단순한 지분대결로 바라봐야 하는 곳이 아니다. 모든 노동자와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이자 지역사회 중요한 일원이다. 하지만 저들은 이런 사회적 의미에 대해선 전혀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아니 아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노동조합이 저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