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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지난 2022년 8월 중순 한 카페에서 백 모 씨는 A 씨와 마주 앉았다. 둘은 2달 전 소개로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 백 씨는 집을 구해야 한다고 말을 꺼내며 여자 친구인 A 씨에게 "3000만 원에서 3500만 원 정도의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 씨는 A 씨를 설득하고자 어떻게 돈을 갚을지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2022년 12월 중순쯤 만기가 되는 적금이 있다"거나 "내가 프리랜서 성우로 일을 하는데 새로 구한 원룸에서 재택근무를 열심히 해서 금방 갚겠다"고 말했다.

백 씨는 같은 달 26일쯤 A 씨에게 '차용금 3530만 원, 변제기일 2023년 1월 1일, 연 8%의 이자를 매월 26일 지급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줬고, 3530만 원을 송금받았다.


그러나 돈을 갚을 수 있다는 백 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백 씨에겐 곧 만기인 적금은 없었다. 자신을 프리랜서 성우라고 했지만, 별다른 수입이나 재산도 없었다. 게다가 그가 구한 원룸의 보증금도 1000만 원에 불과했고, 당시 사기 사건으로 불구속 재판까지 받는 상태였다.

백 씨는 A 씨에게 휴대전화를 개통해달라고도 부탁도 했다. 그는 자신이 현재 추가로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네 명의로 휴대전화 하나를 개통하면서 우리 집 인터넷도 함께 설치하게 해 달라. 그렇게 해 주면 휴대전화·인터넷 요금은 틀림없이 납부해서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또한 거짓말이었다. 백 씨는 당시 본인의 휴대전화 요금을 연체 중이었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었다. 별다른 수입이나 재산도 없어 요금을 납부할 처지도 아니었다. 백 씨는 A 씨의 휴대전화로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동영상 부가서비스·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 백 씨가 내지 않은 휴대전화 할부금과 요금만 384만 638원에 달한다.

백 씨는 요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A 씨 몰래 중고로 휴대전화를 팔았다. 백 씨는 "여자 친구가 대신 팔아달라고 했다"는 거짓말로 휴대전화를 100만 원을 받고 팔았다.

이외에도 백 씨는 3건의 중고 거래 사기에도 연루됐다. 그는 중고로 TV(66만 원)나 스팀청소기(70만 원), 닌텐도 스위치(20만 원)를 판매한다고 제안한 후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았다.

백 씨는 지난 2021년 12월 30일 사기죄로 징역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 게다가 그는 별건의 사기죄로 재판을 받던 중임에도 선고기일에 계속 불출석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한옥형 판사는 지난해 11월 29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백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 판사는 "A 씨와의 신뢰 관계를 이용해 약 3900만 원을 편취했다"며 "온라인 물품 거래를 빙자해 4명으로부터 약 25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 수법 및 편취액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