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에 입성한 삼양엔씨켐이 공모자금 전액을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삼양엔씨켐 상장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최근 코스닥에 입성한 삼양엔씨켐이 공모자금 전액을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삼양엔씨켐 상장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3일 코스닥에 상장한 삼양엔씨켐이 공모자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과 재무 건전성 강화에 투입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예비심사 청구 직전 삼양그룹 오너 4세들이 일제히 삼양엔씨켐의 지분을 매입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채무 상환을 통해 당기 순이익을 끌어올려 삼양 오너 일가가 고액 배당을 챙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엔씨켐은 지난달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공모자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쓴다고 공시했다. 총 공모금액은 198억원(주당 공모가 1만8000원)이다. 삼양엔씨켐은 구주매출 없이 100% 신주로 상장을 진행해 공모자금은 그대로 회사에 유입된다.

삼양엔씨켐이 채무 상환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다. 안정적인 재무 흐름을 갖고 있지만 단기 차입금 비중이 높아 상환 부담이 적지 않다. 단기 차입금 증가로 이자 부담이 늘며 당기순이익이 감소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단기 차입금과 장기 차입금은 각각 187억원, 10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누적 이자 비용은 15억7177만원으로 영업이익의 약 2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재무 건전성은 양호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57.73%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업종 평균인 77.76%(2023년 기준)보다 낮다. 누적 이익잉여금은 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삼양엔씨켐의 실적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삼양엔씨켐의 실적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업계는 공모자금을 채무 상환에 활용하면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과 재무 부담 완화로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삼양엔씨켐의 실적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112억원, 영업이익은 104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2.7%, 42.4% 증가한 것이다. 매출은 ▲2021년 716억원 ▲2022년 953억원 ▲2023년 98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021년 -2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하다 2022년 36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뒤 2023년 73억원까지 올랐다.

회사는 공모 금액 전부를 차입금 상환에 먼저 사용한 후 반도체 역량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을 달성한 뒤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용 소재 개발과 양산 역량 강화에 집중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양엔씨켐은 대규모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매출 확대를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충남 내 정안 공장을 필두로 탄천 공장까지 증설을 단행해 생산 능력을 확충했다. 고순도 화학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2008년 사명 엔씨켐으로 설립된 삼양엔씨켐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용 핵심 소재 전문 기업이다. 2015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PR용 핵심 소재를 국산화했다. 2021년 삼양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후 2022년 경영효율성 제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양그룹 계열사인 씨티케미칼을 흡수합병했다. 지난해 사명을 삼양엔씨켐으로 변경한 바 있다.

삼양엔씨켐 관계자는 "현재 생산능력(CAPA)이 충분히 확보된 만큼 시설 투자보다 채무 상환이 우선 과제"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인 폴리머는 생산 난이도가 높아지지만 생산 장비는 기존과 동일해 시설 투자가 시급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재무 구조가 개선되면 향후 추가 차입 여력을 확보해 연구 개발 투자에 힘쓸 계획"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양엔씨켐의 상장을 두고 삼양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을 취득해 논란이 있기도 했다. 삼양엔씨켐 최대주주는 삼양그룹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로 지분 60.6%를 갖고 있다. 엔씨켐 창업주 이창민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인 (주)우리도 4.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우리는 삼양그룹 오너 4세 10명(김건호, 김남호, 김태호, 김민지, 김남희, 김주희, 김율희, 김희원, 김주형, 김주성)이 100% 현물출자해 설립한 부동산 임대회사다. 지난해 8월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직전 김건호 삼양홀딩스 사장을 비롯해 삼양그룹 오너 4세들이 5.21%의 지분을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