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 수출입 부두에 철강 제품과 화물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김종택 기자 /사진=김종택
경기도 평택항 수출입 부두에 철강 제품과 화물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김종택 기자 /사진=김종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편관세에 이어 이번엔 '상호관세' 카드를 꺼내들면서 글로벌 무역전쟁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98% 이상 관세가 철폐된 사실상의 무관세 국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근거로 관세를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12일 중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상호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상호 관세란 한 국가가 특정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상대국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무역 정책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는 더 많이도 더 적게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산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상대국의 대미 수출품에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은 미국과의 FTA로 두 나라 간 무역에서 품목의 약 98%에 관세가 전면 폐지됐다. 이에 따라 상호 관세 대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에 대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과 무역수지는 역대급 흑자를 기록 중인 반면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278억달러로 전년대비 10.5%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20년 741억달러, 2021년 959억달러, 2022년 1098억달러, 2023년 1157억달러, 2024년 1278억달러로 매년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2020년 166억달러였던 대미 무역흑자 규모도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 2024년 557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미국에게 한국은 10대 무역 적자국 중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7위로 올라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국에 대한 자국의 무역적자를 경제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도 막대한 관세를 부과 공산이 크다.

업계에선 자동차를 비롯해 반도체·가전·철강 등 대표적인 한국의 수출 효자 산업군이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불균형을 근거로 FTA 개정협상을 요구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기 행정부에서도 한국에 FTA 개정협상을 압박해 미국산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을 2041년까지 유예하는 결과물을 이끌어낸 바 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를 압박해 협상 카드를 미리 오픈하게 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말려들어선 안된다"며 "미국이 구체적인 카드를 우리 당국에 요구할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민·관이 지혜를 모아 선제적으로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확대하고 관세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