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인들의 명절'인 밸런타인데이다. 이날은 탈영을 염려해 로마 군단병들의 결혼을 금지한 법을 어기고 결혼을 성사시켜 처형당한 사제를 기리는 '성 발렌티누스 축일'에서 연원을 찾고 있다. 오래전부터 2월14일은 '사랑의 기념일'로 여겨졌다. '영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14세기 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는 시 '새들의 의회'에서 "밸런타인데이에 새들은 짝을 찾아 그곳으로 가네"라는 구절을 남겼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이후 밸런타인데이에 사랑을 고백하거나 연인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정체불명의 기념일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달콤한 초콜릿처럼 기분 좋은 날이라는 점은 공감할 만하다. 유통업계에서도 밸런타인데이는 소중한 날이다. 설 명절에 시작된 '특수'를 3월 신학기까지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는 정국 불안은 경기침체, 물가상승, 고환율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 무엇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문제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1.2로, 지난해 12월(88.2)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다. 올겨울이 유독 춥게 느껴지는 것은 한파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이럴 때일수록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계기'가 필요하다. 정체불명이라는 비판에도 밸런타인데이가 반가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일부 식음료 업체가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등 가격을 올린 것은 씁쓸하지만 백화점,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신상품과 이벤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달콤하다.

각종 기념일 마케팅에 더해 24절기를 소비심리를 되살리는데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태양의 움직임에 맞춰 1년을 24개로 나눈 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하는데 계절 및 날씨와 관련이 깊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와 관련이 깊은 24절기는 현대사회에서는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80~90년대만 해도 '입하 바겐세일' '입동 겨울의류 대방출' 마케팅이 성행했다.


예를 들어 2월4일쯤인 입춘은 밸런타인데이와 함께 봄 신상품 및 졸업·입학 시즌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입하(5월5일쯤)는 5월 가정의달 이벤트를 잇대 소비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입동(11월8일쯤)은 패딩 등 겨울상품 프로모션을 시작하는 기점이 될 수 있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밤이 가장 긴 동지는 호텔 등 숙박업계에서 활용하면 좋은 절기이다. 24절기는 중국, 일본에서도 통용되는 만큼 방한 관광객에게 친숙한 프로모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함께 방한 관광객 유입과 역직구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시즌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는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역내뿐 아니라 역외 소비 또한 폭발적으로 높여주는 기념일이다. 국내에서도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그랜드세일(1~2월)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가 있지만 실질적인 관광객 유치와 소비진작 효과는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K콘텐츠 효과로 높아진 K프로덕트의 위상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좋다.
[데스크칼럼] 소비심리 진작, 절기 마케팅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