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②중대 기로 선 벤처 1세대, 'AI 시대' 새로운 혁신 이끈다
[변곡점 맞은 韓 벤처 1세대] 성공 뒤에 찾아온 위기 극복 나서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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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2 | 14: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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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 IT 산업은 90년대 말 이해진, 김범수, 장병규, 김택진 등 IT 벤처 1세대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반석 위에 올랐다. 남들과 다른 사고와 접근으로 IMF에 허덕이던 한국의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정립했다. 성공 신화도 잠시, 타성에 젖은 경영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며 위기를 맞았다. 여러 부침을 겪으며 숨을 고르던 이들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과거 한국 IT 산업을 개척했던 이들이 다시 한번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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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 혁신을 이끌었던 벤처 1세대들이 변곡점에 섰다. 이들이 세운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은 성장 정체와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AI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과거 인터넷과 게임 산업을 개척하며 업계를 선도했던 이들이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는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IT 벤처 붐 당시 빠르게 성장한 네이버는 대표적인 혁신 기업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논란 등이 제기되는 등 경직적인 조직 문화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허울뿐이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어느새 재계 순위 10위에 올라선 네이버는 과거의 아픔을 뒤로 하고 AI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온 서비스 AI' 전략을 통해 검색, 쇼핑, 광고 등 모든 서비스에 AI를 녹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상반기 생성형 AI를 적용한 'AI 브리핑' 서비스를 출시해 검색 혁신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이해진 창업주가 오는 3월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소버린AI 전략이 글로벌 빅테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AI 사업을 직접 챙길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7년 만에 네이버 총수로서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서는 만큼 시장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주의 도전 정신으로 메신저, 포털, 간편결제 등 여러 사업에 발빠르게 접근해 재계 9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붕괴시켰다는 여론의 회초리를 맞았다.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의 비도덕적인 행태와 사법리스크는 카카오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김 창업주가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에서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김 창업주의 경영 복귀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해외 플랫폼 기업들의 공세로 더 이상 내수에만 기댄 골목대장으로 머물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자율 경영을 회사의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이제는 책임 경영을 강조하면서 비욘드 코리아(한국을 넘어) 전략을 강조한다.
김 창업주는 계열사 정리부터 신사업 추진까지 막중한 경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AI 비서 '카나나'와 카카오톡 개편을 중심으로 '전 국민 AI 생활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4일에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며 AI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구상이 없어 시장에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카카오톡과 오픈AI 챗GPT를 결합하는 구상도 AI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시각이 많다.
게임업계 산 역사 엔씨와 크래프톤… 이제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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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업계에 획을 그은 리니지로 성공 신화를 썼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과도한 과금 구조로 질타를 받으며 유저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IT 벤처의 신화로 불린 '택진이형'(김택진 창업주를 친근하게 부르는 사람들의 애칭)은 불공정한 게임산업 생태계의 장본인이 돼 공격받았고 리니지는 게임 이용자들의 권익을 해친다며 고과금 게임의 대명사가 됐다.
리니지 IP 확장으로 성장해나갔지만 이마저도 기세가 꺾이면서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 인적 구성이 비대해지고 포스트 리니지 발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 창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김택진 창업주는 뼈를 깎는 쇄신을 택했다. 적자가 거듭되자 구조조정 전문가인 박병무 공동 대표를 내세워 분사와 인력 조정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돈을 벌지 못하는 비수익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과거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심의 성공 공식을 벗어나 장르 다각화를 통해 리니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기존 리니지 IP에 의존하는 대신 새로운 게임 IP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확대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신경쓰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배그)를 흥행시킨 신생 게임사 크래프톤은 2021년 코스피 상장 첫날 시가총액 22조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게임업계 대장주로 등극했다. 이후 주가 반토막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주가 회복을 위해선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배그 외에 이렇다 할 신작이 부재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었다.
위기를 맞았던 크래프톤은 배그 IP 확장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개척에 성공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대흥행을 기록하며 넥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게임사로 자리 잡았다.
크래프톤은 사업 다각화에도 다시 힘을 쏟는다. 장병규 창업주가 최근 조 단위 인수·합병(M&A)까지 검토하며 올해 본격적인 추진 의지를 밝혔다. 장 창업주는 "2023년부터 다각화를 위한 M&A에 집중하고 있는데 작년에도 숏폼 드라마 플랫폼에 1200억원을 투자했다"며 "보고 있는 M&A가 있는데 일부는 2000억~3000억원 규모이고 어떤 것은 조 단위 규모"라고 말하기도 했다.
AI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오픈AI CEO 샘 올트먼과 게임업계에서 유일하게 면담을 진행하는 등 AI 기반 게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벤처 1세대들이 국내 IT 산업을 성장시킨 주역이라면 이제는 변화하는 시장에서 다시 한번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터넷과 IT 혁명기를 주도했던 것처럼 AI와 같은 사업을 돌파구로 삼아 재도약을 노리는 중이다.
IT혁신을 주도하던 이들은 AI로 무대를 옮기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크래프톤, 엔씨소프트는 AI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벤처 DNA가 투철한 IT 1세대 창업주들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AI를 낙점하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온힘을 쏟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AI·게임·인터넷 산업을 선점하고 있어 한국 IT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IT 벤처 시절 남다른 안목을 지녔던 이들이 발빠르게 AI로 진출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과거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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