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우크라이나에 기증한 건설장비가 전쟁 피해지역의 긴급 복구를 위해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가 우크라이나에 기증한 건설장비가 전쟁 피해지역의 긴급 복구를 위해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HD현대사이트솔루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며 한국 건설기계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시장 점유율 1위를 보유한 HD현대 그룹의 건설기계 중간 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전후 복구 지원을 위한 소통을 이어가며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갖고, 강력한 종전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사실상 종전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하자는데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과 매우 생산적이고 긴 시간의 통화를 나누었다"며 "즉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종전이 가시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건설업과 건설기계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전쟁으로 황폐해진 도시의 잔해를 치우고 건물을 짓고 도로를 복구하는 게 급선무다.

장기간 전쟁이 이어진 만큼 복구 사업 규모도 상당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규모는 약 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은행(WB)은 우크라이나 복구·재건 비용으로 2033년까지 총 4862억달러(약 7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엔 국내 건설기계기업의 진출이 예상된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 시장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했다. 주력 제품은 굴착기(크롤러·휠), 휠로더, 백호로더 등이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전후 복구 지원을 위한 소통으로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쉬쿠라코프 바실리 제1차관과 철도공사 관계자 일행은 HD현대건설기계 울산캠퍼스를 방문했다. 현장을 시찰한 뒤 문재영 HD현대건설기계 부사장과 면담을 통해 장비 공급, 기술지원, 현지 수요 조사 협력 등 재건 사업 추진 협의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HD현대 건설기계 3사의 장비가 반입되기도 했다. HD현대건설기계 30톤급 크롤러굴착기와 HD현대인프라코어 21톤급 휠굴착기, HD현대사이트솔루션 LPG지게차 등 5대가 피해지역의 긴급 복구를 위해 투입됐다. 현지 딜러사와 유럽 인근지역에 장비기지(DEPOT)도 구축키로 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해 9월 키이우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딜러망과 네트워크를 유지해왔다. 건설장비 공급을 넘어 기술 교육, 인력 양성, 현지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포괄적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건설기계 기업인 두산밥캣은 우크라이나 재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주로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 소형 장비를 수출해왔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소형 굴착기와 로더 제품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오르는 추세다. HD현대건설기계는 13일 전 거래일 대비 9.52% 오른 8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종가는 14.16% 오른 9270원으로 집계됐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방한한 우크라이나 주정부 관계자들이 HD현대건설기계 교육센터를 방문하는 등 우크라이나 측과 재건 논의를 이어왔다"며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원만한 관계를 형성한 만큼 앞으로도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