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은 만년 적자공항이라는 오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참사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둔덕. /사진=뉴스1
무안공항은 만년 적자공항이라는 오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참사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둔덕. /사진=뉴스1


지난해 12월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49일째를 맞는다. 탑승자 181명 중 2명이 구조됐을 뿐 179명이 사망하며 국내 항공 사고 중 최악의 사례로 남았다.


사고 책임 당사자로 정부는 운항사 '제주항공'을 앞세웠지만 국내외 항공업계는 꾸준히 '무안공항'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조류 퇴치 인력 부족은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공항 시설물 등이 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명 피해 없는 사고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 설치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항에서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정지하지 못하고 계속 진행하는 '오버런'은 종종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이를 간과하고 수미터에 달하는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도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근처에 콘크리트 시설이 설치된 것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 전국 7개 공항 로컬라이저 시설에 대한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무안공항은 설립부터 논란

무안국제공항(務安國際空港, MWX)은 대한민국 전라남도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에 위치한 국제공항이다. 광주공항 국제선과 목포공항 국내선 기능을 통합하기 위한 새로운 공항으로 착공 10여년만에 지어졌다.

건립 당시부터 광주와 전라남도 간에 지역 갈등도 있었다. 기존 공항이 '군 공항' 역할을 수행하며 여전히 기능을 유지한 탓에 신공항은 성격이 모호한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무안공항이 지난해 사고 이후 항행안전시설 확충 등을 위해 오는 8월까지 폐쇄가 불가피해 이를 두고 광주와 전남의 갈등이 재발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광주공항이 국제선 재취항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무안공항은 주변은 220km에 달하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자연발생유원지가 자리잡고 있다. 서남권이 국제적 휴양, 관광 및 물류기지로 발돋움하는데 거점공항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란 비전을 앞세웠다.

무안공항은 활주로 1개짜리 소형공항이다. /사진=flightradar24 캡처
무안공항은 활주로 1개짜리 소형공항이다. /사진=flightradar24 캡처


무안공항 현재 실상은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여객터미널은 연간 519만명(국내선 416만명, 국제선 103만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으며, 3개 탑승교가 설치돼 있다. 1개 뿐인 활주로의 길이는 2800m, 너비는 45m다. 활주로의 연간 항공기 처리능력은 14만회에 불과한 소형 공항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활주로 길이가 짧고 폭이 좁아 소형기종인 보잉 B737급보다 작은 항공기만 이착륙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문제는 공항이 철새도래지에 둘러싸인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시흥덕구)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 동안 여객기와 화물기를 합해 총 1만1004편의 항공기가 이용했는데 이 기간 중 조류충돌은 총 10건(발생률 0.09%) 발생했다. 국내 14개 공항 중 가장 사고가 많았다.

박용갑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에 따르면 무안공항에는 조류 충돌 예방 설비인 버드스트라이크 탐지레이더와 열화상 탐지기 등의 설비가 없었다. 조류 퇴치 인력도 김포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이지만 무안공항은 4명 뿐이었다.

만년 적자 공항만 늘었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흑자를 낸 공항은 전국 15곳 중 인천국제공항(5325억원), 제주국제공항(606억원), 김해국제공항(369억원) 등 4곳에 불과했다. 특히 대구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은 2014년부터 10년 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항공업계에서는 2000년대 이후 '정치공항'들이 경제논리를 무시한 채 문을 열면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무안공항의 적자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161억원을 기록했다. 국비 3500억원이 투입된 양양공항도 지난 5년 959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상시 착륙할 수 있는 등급과 함께 공항과 항공기를 이어주고 지원하는 시설이 중요하다"며 "활주로 길이와 폭만 고려해 지어진 공항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