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2024년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추이. /그래픽=김은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이 국내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추진은 중국의 저가공세를 방지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고 캐나다에 대한 '관세 폭탄'은 싼값에 원유를 마련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의 핵개발 경로 차단을 목적으로 1기 행정부 당시 시행한 '최대 수위 압박'을 실행한다는 정책에 서명했다. 해당 정책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란이 중국에 원유를 수출할 때 관여하는 금융회사에 제재를 가할 뿐만 아니라 원유를 이송하는 개인·단체·선박도 제재 대상에 포함한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도 가시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빠른 시일 내에 종전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주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를 가진 데 이어 고위 관리들이 이번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회동을 갖고 종전 협의를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는 국내 정유업계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제재에 묶여 있던 이란·러시아 원유를 싼값에 독점적으로 들여와 저가공세를 이어온 중국의 원가 경쟁력이 약해지고 국내 정유업체의 원가 구조는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이 매일 수입하는 원유 1110만 배럴 중 러시아산과 이란산은 약 30%로 추산된다. 이란산과 러시아산 원유 가격은 두바이유(14일 기준 배럴당 77.64달러)보다 배럴당 약 10~20달러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산 원유 관세 정책도 원가 절감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캐나다-멕시코 25% 관세 부과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진 캐나다산 원유 일부가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부캐나다원유(WCS)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달 20일 배럴당 64.14달러에서 이달 17일 기준 58.94달러로 떨어졌다.


중국의 미국 LNG에 대한 보복 관세 역시 정유업체에는 도약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NG 가격이 상승하면 대체제인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정유사 실적 주요 지표인 정제마진이 개선된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오전 기준 MMbtu(100만 열량 단위)당 3.61달러 수준으로 전년대비 132% 올랐다.

한편 지난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분기 5달러 ▲2분기 0달러 ▲3분기 0.4달러 ▲4분기 2.5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4~5달러 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유업계에선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을 4∼5달러 수준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