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20일 금강산호텔에서 19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은 2014년 2월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 대면 상봉의 모습. /사진=통일부 홈페이지 캡처
2014년 2월20일 금강산호텔에서 19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은 2014년 2월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 대면 상봉의 모습. /사진=통일부 홈페이지 캡처


2014년 2월20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제19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됐다. 어느새 백발이 된 이산가족 일부는 휠체어에 앉아 자식들의 부축에 의존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으로 이뤄진 남측 상봉단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재회를 위해 2014년 2월20일 오전 8시20분 강원도 속초를 떠나 금강산으로 출발해 오후 1시쯤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했다.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 간절했던 이산가족 상봉

감기 증세로 거동이 불편했던 김섬경(당시 91세) 할아버지는 수액까지 맞으면서 구급차를 타고 상봉 장소로 이동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섬경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김성윤(당시 96세) 할머니는 동생 김석려씨(당시 80세)와 사촌 조카를 만나 손을 붙잡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양양에 사는 김영환씨(당시 90세)는 아들 김대성씨(당시 65세)와 부인 김명옥씨(당시 87세)를 만난 후 말을 잇지 못하다가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19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 중 북으로 끌려간 납북 선원 박양수씨(당시 58세), 최영철씨(당시 61세)가 남측 상봉단인 동생 박양곤씨(당시 52세)와 형 최선득씨(당시 71세)를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남측 이산가족 중 12명이 부부 및 자식, 47명이 형제·자매, 23명이 3촌 이상 친지를 각각 만났다.
사진은 2015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작별상봉에서 만난 이산가족의 모습/사진=뉴스1
사진은 2015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작별상봉에서 만난 이산가족의 모습/사진=뉴스1


남북적십자실무접촉 합의서 보니

남과 북은 2014년 2월5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먼저 남과 북은 2014년 2월20일부터 2월25일까지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한다. 상봉 행사는 ▲쌍방이 각각 100명씩으로 하되 지난해 9월 쌍방이 교환한 명단을 대상자로 하며 필요한 경우 보호자를 동반 ▲상봉 형식과 방법은 관례에 따르되 야외상봉은 기상 조건을 고려해 실내 상봉으로 진행 ▲단체상봉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에서 진행하고 남측 이산가족들의 숙소는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쌍방은 상봉 시작 5일 전 선발대를 현지에 파견 ▲북측은 상봉장 현지 점검을 위해 2월7일부터 남측 시설점검단의 편의를 보장한다 등의 원칙 하에 이루어졌다.

또 남과 북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된 이후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개최해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하며 회담 일정은 문서교환방식으로 협의해 정한다.

6년 넘도록 이뤄지지 않는 '이산가족 상봉'

남북 당국 간 이산가족 교류는 2018년 8월 상봉이 가장 최근이다. 이후 만 6년이 넘도록 이산가족 상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1~2차례씩 열려 총 14차례 상봉이 있었다. 2008년에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성사되지 못했고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2018년 연간 한 차례씩 모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된 상태에서 이산가족 생존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가족 찾기를 신청한 이산가족 13만4291명 중 72%가량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작년 말 기준으로 숨진 이산가족은 9만7350명으로 집계됐다. 1년 동안 2959명이 사망해 생존 이산가족은 3만6941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