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대기업 '하이브'가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합류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기존 경제 단체와의 접점이 크지 않은 만큼 방시혁 의장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기업 네트워크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대기업 총수로 지정된 방 의장이 1년도 안 돼 한경협에 가입한 탓이다. 지위상 가중되는 부담을 감수하고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와의 갈등, 과즙세연 논란 등으로 점철된 이미지 실추를 만회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많다.


한경협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제64회 정기 총회를 열고 새로운 회원사 가입 승인을 알렸다. KT와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하이브, 두나무, 메가존클라우드, 한국IBM 등 신규 회원 46개사가 한경협 식구가 됐다.

방시혁 의장은 이날 정기 총회에 직접 참석해 재계의 일원으로 데뷔전을 소화했다. 지난해 5월 하이브의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초 재벌 총수가 된 지 몇 개월 만에 4대 그룹이 속한 모임까지 보폭을 넓힌 것이다.


총수 지정 이후 한경협 가입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한 것은 시기상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브는 이전에도 가입을 요청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바 있다.

2014년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가입한 전력이 있지만 현재까지 회원사로 남아 있는 곳은 YG뿐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성상 기존 경제단체와 연대해 챙길 이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하이브의 경우 방 의장이 대기업 총수로서 대내외적 시선이 집중되는 까닭에 이번 선택의 무게감이 기존 SM·YG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방시혁의 과감한 결정… 갖은 논란에 대기업 브랜드 수성 나섰나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왼쪽)와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 /그래픽=김은옥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왼쪽)와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 /그래픽=김은옥 기자


방 의장의 이러한 결단은 최근 불거진 위기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하이브는 자회사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와의 전속계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퇴장 이후 뉴진스가 독립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나긴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팀명을 NJZ로 바꾸고 활동하겠다는 입장마저 밝힌 상황이어서 주력 아티스트와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방 의장이 뉴진스가 홍콩에서 공연하지 못하도록 외압까지 넣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뉴진스가 상도의를 어겼다는 비판도 있지만 하이브가 자랑하던 레이블 체제가 내부 도전으로 흔들린다는 사실은 악재로 여겨진다. 민 전 대표, 뉴진스와 얽혀 있는 수많은 송사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방시혁 의장과 인기 BJ 과즙세연의 관계가 구설에 오른 것도 대기업 총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기존 재벌 오너에겐 찾아보지 힘들었던 논란이 방 의장에겐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조직 문화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이에 걸맞은 조직 안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특성상 이미지 관리가 어느 기업보다 중요한 까닭에 이러한 논란들은 타격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엔터 기업이 기존 경제인 단체로부터 얻을 이익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며 "하지만 하이브라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짧은 시간에 성장해 대기업이 될 만한 준비가 안 된 만큼 경제 단체 가입이 가시적 노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타이틀이라는 시선에도 브랜드 제고가 더 중요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