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수출지역 활로를 만들기 위해 금융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김서연기자
K방산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수출지역 활로를 만들기 위해 금융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김서연기자


최근 급격하게 커진 방산 수출의 덩치를 정책 금융지원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패키지 딜이 수출 다각화 전략으로 제시되는 만큼 기획재정부와 방산 수출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선진국의 금융지원 사례를 참고한 '한국형' 금융지원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1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은 수출확장을 위해 금융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2월 국회는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기존 수은법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어 계약 규모가 이를 초과할 시 잔여 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기존 주요 방산국들의 자금 지원 규모와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의회 특별승인을 통해 한도 없는 수출금융을 지원한다. 프랑스는 1600억달러(한화 약 230조원)에 달하는 자본 지원 한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수출신용기관과 국책은행을 통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장기 융자를 지원한다.


지난해부터 국방부는 '한국형 방산 수출 금융' 마련을 위해 나섰다. 보다 효과적인 정책금융 지원책을 만들기 위해서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산 벤처기업을 위한 정책 펀드를 만드는 등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 주무부처 등 관련 당국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의 역할과 중요성이 대두된다. 방산 수출은 정부 간 계약의 성격이 짙고 규모가 커 정책적 금융 지원이 필수다.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 계약을 맺은 폴란드는 2차 계약 당시 폴란드는 수출입은행의 보증 한도 초과분에 대해 민간은행이 아닌 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을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흥국·개발도상국들은 자금조달 시 정부와 금융기관의 지원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방산업체와 유관 금융기관과의 관계가 수출 확대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국내 방산업체들은 수출 다각화를 위해 남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대규모 자본을 마련하기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국가가 많다. 아울러 외환 보유고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수출국이 제공하는 금융 지원에 의지하는 경우도 다수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방산 수출 금융 마련을 위한 다양한 해외 사례들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 사례다. 프랑스는 수출신용기관·프랑스개발청(AFD)·시중은행이 방산업체와 협력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국책투자은행(Bpifrance)과 국방부(DGA)가 협력해 수출 계약 시 금융 지원을 사전 검토하고 자동으로 연계한다. 시중은행들이 연합해 장기 저리 대출을 제공하면 재무부가 신용보증을 담당한다. 이처럼 수출신용보증과 구매자금융을 결합한 금융 패키지딜로 프랑스는 2022년 이집트로부터 42대의 라팔전투기를 수주했다.


현지 매체 RFI는 프랑스의 방산수출규모가 세계 2위 러시아를 앞섰다는 보도에서 방산 수출의 확대 배경 중 하나로 체계적인 금융 지원과 전략적인 패키지 딜을 꼽았다.

수출국 상황에 맞춘 다양한 금융상품과 체계적인 금융 지원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방산 수출과 자원 거래를 연계하는 자원 기반 금융과 대출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중동지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무기 대금을 석유 혹은 팜유로 현금이 아닌 자원으로 지불한 사례들이 있다. 희귀 광물 등 전략적 자원 확보가 중요해진 최근에는 국방 비축물자인 티타늄, 리튬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사례들도 논의되고 있다.

장원준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방산 수출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출입은행 지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며 "국방 R&D에 한정된 방산 이차보전제도를 수출까지 확대해 방산수출금융을 지원하는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볼때 미국의 FMF 등을 참고해 한국형 방산수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