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단행한 대규모 인력 재배치를 통해 연간 약 3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되지만 약 1조원에 달하는 인력 재배치 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김영섭 KT 대표와 서울 종로구 소재 KT 광화문이스트 사옥 이미지.  /사진=김은옥 기자(머니S)
KT가 단행한 대규모 인력 재배치를 통해 연간 약 3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되지만 약 1조원에 달하는 인력 재배치 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김영섭 KT 대표와 서울 종로구 소재 KT 광화문이스트 사옥 이미지. /사진=김은옥 기자(머니S)


KT가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대규모 인력 재배치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지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인력 재배치를 통해 연간 약 3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되지만 약 1조원에 달하는 인력 재배치 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신사업 투자 재원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한국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65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약 10년 만의 적자다. 지난해 4분기 인건비가 2조1896억원으로 급증해 적자가 불가피했다.

KT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인력 재배치를 단행했다. 인력 재배치를 위해 지급한 일회성 비용은 약 1조원으로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인건비는 전분기(1조1183억원) 대비 95.8%, 전년 동기(1조1478억원) 대비 90.8% 증가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인력 재배치는 유선 네트워크 분야의 효율화를 위해 진행됐다. KT는 AI·클라우드 등 신사업과 무선통신에 집중하기 위해 선로·전원 등 유선 네트워크 현장 인력 4500명의 희망퇴직을 받거나 전문 자회사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현장 인력 운용을 위해서는 KT넷코어와 KT P&M 두 개 자회사를 신설했다.

퇴직자와 자회사 전출자를 대상으로는 대규모 보상금이 지급됐다. 완전 퇴직을 선택한 2800명에게는 위로금이, 자회사로 이동한 1700명에게는 기존 급여 대비 30% 줄어든 급여 차액이 일시금으로 지급했다. 이 금액이 지난해 4분기 인건비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인력 재배치는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계산 시 반기보고서 기준 KT의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이 약 5200만원임을 감안하면 완전 퇴직한 2800명의 인건비 절감액은 약 1456억원, 자회사 전출자 1700명의 절감액은 약 265억원에 달한다. 이를 합하면 연간 약 2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투자업계에서는 인력 재배치를 통해 올해부터 3000억원가량의 인건비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함에 따라 연간 인건비 절감 효과를 고려하면 약 3년 내 일회성 비용을 상당 부분 회수하고 현금 이익을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자회사 운영비용 증가와 신규 채용 인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추산치보다 감소할 수 있다.

AI 투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연간 약 3000억원의 인건비 절감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일부 충당할 수 있다. 최근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AI·클라우드 분야에 5년 동안 2조4000억원(연간 48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기존 유선 네트워크 유지·보수 업무를 자회사에 맡김으로써 KT 본사는 AI·클라우드 등 신성장 동력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될 전망이다.

KT는 2014년 황창규 전 회장 시절에도 약 83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력 재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1조20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40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됐다. KT는 2015년 영업이익 1조2929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 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주주들에게도 배당금 증대를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KT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별도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재원으로 하는 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인건비 감소분 반영으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면 배당금이 증가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업계에서도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KT는 이익 증가 전망에 힘입어 주주이익환원 증대 기대감이 높다"며 "국내 통신업종 내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도 "인건비 절감을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목표 주가를 4만7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높였다.

KT 관계자는 "2025년에도 저수익 사업의 구조적인 개선을 지속하고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사업 성과를 구체화할 계획"이라며 "AI·클라우드 분야에서 수익 창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