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상황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유지하고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정책은 엇박자 입니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받아 투자한 사람들)을 자극해 가계부채가 늘어날지 우려됩니다." (A은행 부행장)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전에 대출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DSR(Debt Service Ratio)은 채무자의 모든 대출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은행이 신규 대출 심사에 주택 대출, 신용 대출, 학자금 대출 등 모든 원금과 이자를 심사하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로 꼽힌다. 은행은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대출을 내줬으나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시행 후에는 스트레스(가산)금리가 붙어 대출한도가 더 축소된다.


높아지는 대출문턱과 다르게 대출금리는 하락세다. 지난달 25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금융당국 압박이 더해져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있어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월례 기자 간담회에서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원리는 작동해야 한다"며 "이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4일 기준 4.17~6.40%로 1월31일 4.299~6.45%에서 금리 하단이 0.12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1월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직후인 12월2일(4.58~6.68%)과 비교하면 금리 하단은 0.41%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은 이달 10일부터 대면 주담대 상품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내린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일부 인하했다. 내려간 대출금리에 가계대출은 눈에 띄게 불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27일 기준 736조2772억원으로 1월 말 대비 2조6183억원 증가했다. 주담대는 2조6929억원 늘었고 전세대출 잔액은 6349억원이 늘었다.

올 들어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토허제) 해제 카드를 꺼내들며 부동산 투자 움직임이 살아나자 가계대출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2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단지 291곳을 5년 만에 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이에 서울 강남 4구의 2월 넷째 주 주간 집값 상승 폭은 0.36%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넷째 주(0.37%) 이후 반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갈지자 대책에 한국의 가계부채는 2000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927조3000억원으로 2002년 통계 이래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5%로 높은 수준이다. 가계 빚 문제가 심해지면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재정·통화정책 스텝이 꼬일 수 있다. 정부의 면밀한 정책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머니S 이남의 기자/사진=임한별 기자
머니S 이남의 기자/사진=임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