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챗GPT)


'1코인=1000원' 법정화폐와 연동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 화두다. 은행권은 잇따라 스테이블 코인 상표권을 출원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고 간편결제 업체인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스테이블 코인 결제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KB'에 원화를 의미하는 'KRW'를 조합한 'KBKRW', 'KRWKB'를 비롯해 'KBST', 'KRWST' 등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표는 스테이블 코인 금융거래업, 전자지갑 결제서비스업, 전자화폐 지불거래 처리업, 스테이블 코인 전자이체업 등으로 분류됐다. 향후 스테이블 코인 시장 활성화에 대비해 상표권을 선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나은행도 'HanaKRW', 'KRWHana' 등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한 16개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 신청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하나은행은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 가입을 통한 은행권 스테이블 코인 협의체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협의체에는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 IBK기업, Sh수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금융결제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은행권은 향후 합작법인을 설립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3일 'BKRW, KRWB, KKBKRW, KRWKKB' 등 4개의 상표를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암호화폐 금융거래 업무, 암호화폐 채굴업 등 3개 상품 분류로 나눠 12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원화 'KRW'에 카카오뱅크를 뜻하는 'KKB' 등을 조합한 형태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도 스테이블 코인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카카오페이는 'PKRW, KKRW, KRWK, KRWP, KPKRW, KRWKP' 등 6개 상표를 3개 상품 분류로 나눠 18건의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다. 네이버페이는 이날 '10주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스테이블 코인 도입에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국경을 넘나들며 사용자를 '연결'하는 미래 디지털 금융의 핵심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네이버페이는 간편결제 생태계와 웹3 기반의 디지털 자산 지갑인 'Npay 월렛' 등 디지털 금융 기술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정책 도입에 빠르게 발맞춰 업계 컨소시엄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은행 스테이블 코인 발행 허용 법안 … "외환 관리 우려"

스테이블 코인은 특정 자산과 연동해 가치 안정성을 추구하는 가상자산으로 ▲법정화폐 담보형 ▲암호자산 담보형 ▲알고리즘 기반형 등이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2025년 5월 말 2309억달러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스테이블 코인 시장 확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이거나 1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이 확산하면 은행 예금의 대규모 인출 사태인 '뱅크런'과 같은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 회사는 법정 화폐와 연동된다는 약속을 보증하기 위해 미 국채를 사들이는데, 코인 보유자들이 위기 상황에 스테이블 코인을 대거 팔아치울 경우, 국채 대량 매도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물가안정 목표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되면 달러 스테이블 코인과 더 교환하기 쉽다"며 "달러 스테이블 코인 수요가 늘어나고 외환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과 간편결제 업체가 스테이블 코인 도입 시 해외 송금, 예금 토큰화에 활용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가상자산 정책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원화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연계성 가능성을 고려할 때 CBDC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향후 대안 중 하나로 검토 가능하다"며 "스테이블 코인의 법적 지위 정립, 자금세탁방지 체계 구축 등 정책적·제도적 정비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