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24일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기본 취지와 혁신 가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으로서는 조금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유 부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은행을 중심으로 허용하고 비은행권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자본 자유화 등에 대해 가진 당국의 기본 입장과 굉장히 다른 방향일 수 있다"며 "내로우뱅킹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에서 내로우뱅킹 허용으로 나아가는 금융 산업의 재편 논의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내로우뱅킹은 예금 수취와 지급·결제 기능만 담당하는 은행 형태를 뜻한다.


그는 또 "소위 '코인 런'이 발생하면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해 중앙은행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며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더욱 안전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금융 시장 혼란 등 부작용도 지적했다.

유 부총재는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한국도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의 우위를 생각해야 한다"며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기술 혁신이나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는 공감하지만 국제 금융 시장을 지켜봐 온 바로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을 억제하자는 주장은 선뜻 이해가 안 간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재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새 정부에서 자리를 잡으면 이 같은 우려와 입장을 나누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과는 별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유 부총재는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CBDC 실거래를 테스트하는 '프로젝트 한강'과 100% 연결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은 CBDC 기술을 향후 고도화하는 경우 은행 예금을 스테이블 코인처럼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프로젝트 한강을 추진했다.

유 부총재는 "프로젝트 한강의 1차 시범 테스트가 다음주 거의 마무리된다"며 "2차는 새 정부와 관련 논의 후 법령이 마련되는 시점쯤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