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최근 5년간 견조한 외형 성장에도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해 수익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최근 5년간 견조한 외형 성장에도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해 수익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외형 성장' 이룬 루닛, 이젠 '수익성 확보' 노린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의 최대 과제로 수익성 확보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꾸준한 매출 성장에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루닛은 지난해 인수한 볼파라 헬스(볼파라)와의 시너지를 통해 수익성을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닛은 최근 5개년 동안 매출 규모를 키우며 외형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흑자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루닛의 연결 기준 매출은 ▲14억원 ▲66억원 ▲139억원 ▲251억원 ▲542억원 등이다. 영업손실의 경우 같은 기간 ▲210억원 ▲457억원 ▲507억원 ▲422억원 ▲677억원 등이다. 루닛의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적자 폭이 커진 배경에는 높은 인건비가 자리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루닛의 직원 수는 350명에 달하고 약 15%가 AI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 및 개발 인력의 비중은 전체의 약 40%에 달한다. 고연봉의 전문인력 고용에 따른 매출 대비 고정비 지출이 많은 상황이라는 게 루닛 관계자 설명이다.


루닛은 올해 흑자전환 계획을 수립한 뒤 수익성 회복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루닛 서범석 대표와 박현성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구체적인 흑자전환 전략과 향후 비즈니스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당분간 루닛의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루닛의 올해와 다음 해 영업손실은 각각 548억원, 286억원이다. 임윤진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볼파라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직접 판매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체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실적 본격 성장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루닛, 볼파라 시너지로 흑자전환 시동… 미국 시장 공략 가속

크레이그 헤드필드 볼파라 CEO(왼쪽), 서범석 루닛 대표. /사진=루닛, 머니투데이
크레이그 헤드필드 볼파라 CEO(왼쪽), 서범석 루닛 대표. /사진=루닛, 머니투데이


루닛은 볼파라와의 영업 시너지에 집중해 조기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볼파라는 지난해 5월 루닛이 인수한 100% 자회사로 유방암 전문 이미지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볼파라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방 촬영 데이터는 1억장에 달한다. 해당 데이터로 루닛의 의료용 파운데이션 모델(기초 모델)을 만들어 암 진단 분야에서 자율형 AI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볼파라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루닛 계획이다. 볼파라는 미국 내 2000개 이상 유방검진기관에 유방암 진단에 특화한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유방암 검진 시장 점유율은 약 42%에 달한다. 루닛은 북미 시장에서 볼파라를 통해 기존 고객사에 루닛 AI 솔루션 교차 판매를 추진하고 그 외 글로벌 시장에서는 루닛 영업망을 바탕으로 볼파라 솔루션을 판매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루닛은 볼파라와 지난해 8월 대규모 영상진단 플랫폼 기업 레졸루트에 유방암 검진을 위한 AI 솔루션 세컨드리드AI를 공급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루닛과 볼파라의 첫 통합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리스크를 영상의료기기 전시회(RSNA)에 공개했다. 루닛 인사이트 리스크는 유방촬영술 영상을 분석해 향후 1~5년 내 환자의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지난해 볼파라의 매출이 6월부터 반영됐지만 올해부터는 1년 매출이 반영돼 전년 대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 당시 기준 볼파라는 1억장 이상의 유방 촬영술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매년 2000만장의 유방촬영술 데이터 추가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볼파라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수익성 확보가 기대돼 성장을 지켜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