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도 MBK 따라할까... 사모펀드가 장악한 렌터카 시장
렌터카 시장 점유율 36%, 중국산 전기차 도입 가능성 높아
김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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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2 |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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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에서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가 이어지면서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 1·2위가 해외 사모펀드에 인수된 국내 렌터카 시장도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지난 11일 롯데와 롯데렌탈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어피니티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5729억원에 인수했다.
롯데렌탈의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인수계약도 진행된다. 롯데렌탈은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총 2119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4월 국내 렌터카 점유율 2위 업체인 SK렌터카를 인수한 바 있다. 1위인 롯데렌탈까지 손에 넣으면서 사실상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롯데렌탈(20.8%), SK렌터카(15.7%), 현대캐피탈(12.8%), 하나캐피탈(6.2%) 순이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합병될 경우 시장 점유율 36%의 공룡 렌터카 업체가 탄생한다. 어피니티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볼트온'(동종기업 인수) 전략을 사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피니티는 SK렌터카 인수 당시 중국계 사모펀드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창립자인 KY탕 회장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어피니티가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한국 시장 진출에 협력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부정 여론이 확산하자 어피니티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중국계·홍콩계 사모펀드가 아닌 글로벌 PEF 운용사"라고 반박했다. "BYD와의 협력은 논의된 바가 없으며 구매 계획 또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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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렌터카 시장에 중국산 전기차 도입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이미 포화상태여서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 상태에서 이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매입해 원가를 낮춰야 한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가 그 대안으로 꼽힌다.
렌터카 교체 시점에 중국산 전기차를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렌터카는 5년 주기로 중고차로 매각한 뒤 신차를 구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BYD도 렌터카와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먼저 공략할 확률이 높다. 렌터카나 법인 차량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중국 전기차를 경험하게 한 뒤 일반 시장 수요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중국산 차량 도입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SK렌터카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도입 계획은 없다"며 "중고차 감가상각에서도 국내 진출 초기라 불확실성이 커 위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렌터카를 영업용 차량으로 규정하고 있어 세제 혜택이 큰 편이다. 영업용 자동차는 배기량 2500cc 이하일 경우 cc당 19원, 2500cc 초과 시 cc당 24원의 자동차세가 부과된다. 비영업용 자동차는 1600cc 이하일 경우 cc당 140원, 1600cc 초과 시 cc당 200원으로 세금이 훨씬 높다. 영업용 차량은 지방교육세도 면제다.
장기렌터카 시장이 확대되면서 세금 누수 규모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버스·택시·화물차 등 다른 영업용 자동차와 달리 장기렌터카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고가의 수입차를 렌터카로 등록해 세제 혜택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장기렌터카로 새는 지방세만 연간 1조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 등이 장기렌터카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해외 사모펀드에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피니티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도 36%로 높아져 수익성을 우선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인수 후 경영 방침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작년에 발표됐던 신사업 관련 내용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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