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가 이끄는 '기업들'… 성한 곳이 없다?
실적 희비 엇갈려, 높은 부채로 재무 부담 큰 곳도
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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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부실경영으로 최근 사모펀드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포트폴리오 기업들 행보가 주목받는다. 한온시스템과 쌍용C&E는 실적 악화와 재무구조 문제가 동시에 겹치면서 진퇴양난에 놓였고, SK해운의 경우 실적은 순항 중인 반면 높은 부채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경영 정상화 궤도에 안착했으나 지배구조 개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한앤컴퍼니는 시멘트·자동차 부품·해운업 등 제조업 및 인프라 관련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을 인수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볼트온' 전략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소비재 분야에 대한 투자도 단행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만큼 다양한 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인데 기업마다 희비는 교차한다.
2018년 SK해운 지분 79%를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를 자리했다. 한앤컴퍼니는 인수한 지 5년 만에 영업이익을 5배 이상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8년 733억원에서 2023년 3671억원까지 상승했다.
특유의 볼트온 전략과 업계 호황 등이 시너지를 낸 게 주효했다. 기존에 보유하던 해운사 에이치라인해운과 SK해운 간의 통해 해운업 내 입지를 강화한 것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의 모태는 2014년과 2016년에 각각 인수한 한진해운의 벌크선사업부와 현대상선 벌크전용선 사업부다. 유조선업계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러시아 경제제재 시행되면서 원거리 석유 구매가 증가해 운임이 상승하는 등 호재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석 연료 우대 정책을 내놓은 만큼 전망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높은 부채는 아킬레스건이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SK해운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4조7806억원 ▲2022년 5조4247억원 ▲2023년 5조1071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021년 704.3% ▲2022년 537.7% ▲2023년 475.4%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해운업을 포함한 코스피 상장 운송·창고업 종목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114.6%다. 현재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높은 부채가 구매자 측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HMM과 일부 사업부 인수를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였던 한온시스템 역시 높은 채무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올해 1월 최대주주에 오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온시스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이유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은 이달 6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온시스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계획 단계지만 유럽 지역 공장 자산 및 인력 감축, 비수익성 사업 구조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00%대, 차입금 의존도는 5년 연속 40%대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2020년 2조917억원 ▲2021년 2조3064억원 ▲2022년 2조8384억원 ▲2023년 3조3553억원을 기록했다. 차입이 과중했던 데에는 각종 시설투자와 무리한 배당 부담이 지목된다. 한온시스템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830억원을 배당했다.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로 있는 쌍용C&E도 현금 창출력 대비 배당금 지급 규모가 커지면서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 쌍용 C&E 순차입금은 ▲2020년 8422억원 ▲2021년 1조1922억원 ▲2022년 1조6297억원 ▲2023년 1조2920억원으로 몇년째 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남양유업은 오히려 한앤컴퍼니가 지난해 인수한 이후 현재는 안정화된 모습이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지분 52.63%를 갖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 액면분할 및 자사주 소각 등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순이익은 7324만원으로 662억원의 순손실이 1년 만에 순이익으로 전환됐다. 주가 역시 이날 기준 7만2800원에 마감됐는데, 지난해 9월 최저가가 4만65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물론 지배구조 개선은 여전한 숙제다. 수십년간 고수한 오너중심의 지배구조를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앤컴퍼니 인수 전에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회사를 이끌었다.
한편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질타를 받으며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김병주 회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사모펀드지만 MBK와 한앤컴퍼니에는 차이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법정관리에 가거나 기업회생을 신청한 사례가 없다"며 "피투자 기업들의 밸류업에 큰 비중을 두면서 국내기업과도 협력적인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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