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상법개정, 우호적 행동주의 강화 기대"
[인터뷰] 행동주의 펀드 새로운 전략… VIP운용, 상법 개정 속 눈길
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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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4 | 14: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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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이 이뤄지면 기업이 자사주를 악용하거나 지배주주를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입니다."
김민국 VIP(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3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상법개정안에 대해 "주주 보호와 기업 투명성을 강화해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법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우호적 행동주의, 대주주와 파트너십 '강조'
'가치투자 명가'로 꼽히는 VIP자산운용은 2003년 최준철·김민국 대표가 가치투자 개척자(Value Investment Pioneer)란 의미의 VIP투자자문을 설립한 것이 시초다. 투자자문사에서 사모자산운용사, 공모시장 진출까지 자본시장에서 가장 모범적이면서도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펀드의 철학을 우호적 방식으로 재해석해 국내 가치투자 시장에서 독창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5조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로 자리 잡았다.VIP자산운용이 추구하는 행동주의는 전통적인 행동주의와 달리 기업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우호적 행동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표대결보다는 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매입 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HL홀딩스가 있다. VIP자산운용은 HL홀딩스의 자사주 재단 출연 계획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HL홀딩스는 해당 결정을 철회했다. 이후 3개년 주주환원계획을 발표하며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2023년에는 J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 제안에 대해, 일부 안건에는 얼라인 의견에 찬성하지만 다른 항목에는 기존 경영진측의 주장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사안에 따라 다른 선택을 했다. 독자적으로 전체 주주를 위한 방향을 고민하는 신중한 우호적 행동주의 전략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JB금융지주 실적 컨콜에서 공개적으로 저평가시에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효과적인 주주정책임을 설득해 주주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는 VIP자산운용이 단순히 공개적인 대립보다는 기업 경영진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주주가치 상승을 도모하는 우호적 행동주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이번 상법개정안이 우호적 행동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상법개정이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보다 공정하게 조정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기업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외면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투자자들도 점점 더 깐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법개정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이사회 결정에 대한 개입이 늘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김 대표는 우호적 행동주의가 대주주와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짚었다.
그는 "우호적 행동주의는 대주주를 적대적인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기적인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기업과 주주가 함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주주와 함께 논의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기업이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하면 결국 대주주에게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상법개정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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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에 대한 이유 중 하나로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꼽았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점에서도 상법개정의 필요성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 20년간 상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을 개별적으로 고쳐왔지만 지배주주들은 이를 우회할 새로운 방법들을 고안해내며 이를 무력화 해왔기 때문이다. 사후적 땜질처방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주주충실의무를 상법에 명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봐야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창업자라도 주주 가치를 훼손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대주주의 권한이 지나치게 보호되고 있어 소액주주들이 제대로 된 견제 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상법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주주들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상법개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는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주주 권리가 보장되는 시장을 선호한다"며 "한국이 상법개정을 통해 주주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면 글로벌 자본이 한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국 증시는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은데 상법개정으로 이러한 기업들이 재평가받을 기회가 생긴다"며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확대되면서 장기적으로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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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운 기자
머니S 증권팀 이지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