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로 1명이 사망한 가운데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사고 이후 7개월 만에 유사 사고가 발생해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 간담회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로 1명이 사망한 가운데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사고 이후 7개월 만에 유사 사고가 발생해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긴급 간담회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에서 대형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숨진 가운데 예견된 참사라는 증거가 속속 발견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도 사고 구간의 현장 점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싱크홀 전문가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8월 연희동 싱크홀 사고 후 7개월 만에 유사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 24일 저녁 6시29분쯤 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 한복판에 직경 20m의 싱크홀이 발생하며 오토바이에 탑승한 30대 남성이 매몰돼 사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소속 박주민·염태영·진선미·김남근 의원과 다수의 서울시의회 의원, 구의원 등이 참석했다. 전문가로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와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 강동길 서울시의원(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박주민 의원은 "이번 사고는 인재"라며 "실제 민원이 접수돼 사전 예방이 가능했음에도 서울시의 대응이 안이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2021년 4월 9호선 연장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가 우려된다는 한국터널학회의 공문이 시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2주 전부터는 여러 차례 민원과 전조현상 등 경고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연희동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같은 해 12월 지하안전관리 조례 개정을 통해 지하개발사업으로 인한 굴착공사시 해당 도로에 대해 별도의 공동조사를 의무화했다.

이에 공사장 주변과 침하 우려 구간에 대해 월 1회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등 특별점검 대책이 마련됐으나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관련 조례가 생겼음에도 실제 현장 점검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강 시의원은 "용역 발주 등 행정 절차로 시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4월 이후 시행될 것으로 보여 이번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관리·점검 허술, 부실시공 참사"

서울시가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현장 점검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서 부실 대응이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이날 진행된 간담회에서 강동길 서울시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서대문구 연희동 싱크홀 사고 이후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현장 점검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서 부실 대응이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이날 진행된 간담회에서 강동길 서울시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이화랑 기자


간담회에서는 서울시의 선제 예방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강 시의원은 "서울에서 싱크홀 위험이 가장 높은 4·5등급으로 분류되는 지역이 29%를 차지한다"며 "시는 민원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는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공동조사 빈도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서울시는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비공개하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반침하 안전지도는 침하·침수 이력, 지하 노후관 여부 등에 따라 위험 등급을 5단계로 분류한 지도다. 사고 일대도 싱크홀 위험이 가장 높은 5등급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발표를 맡은 토목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부실공사 등으로 인한 인재임을 강조했다.

2014년 석촌 지하차도 싱크홀 사고 조사단장을 맡았던 박 교수는 "이번 사고는 보통의 싱크홀이 아니라 터널 천장이 주저앉은 것으로 터널 완공 후 사고가 발생했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이라며 "상수도관이 터지면서 싱크홀 규모가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관다단그라우팅(강관에 시멘트나 화학물질 등 주입) 공법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토목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빼먹기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땅속 빈 공간을 채웠던 흙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파악하는 게 사고 핵심"이라며 "사고 발생 시 원인 조사보다 복구에 치중하는데 지난해 사고 때 터널 공사장 등을 전수 조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사고 예방을 위한 대응 방안으로 ▲지반침하 사고 조사 강화 ▲지하굴착 설계·시공 기술력 강화 ▲지하공동조사 제도 강화 ▲토질·지질 등 전문기술자 역할 강화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