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음료 업계가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최근 식음료 업계가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4월1일부터 라면, 우유, 커피, 맥주, 버거 등 주요 식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식품·외식업계는 고환율과 원재료값 상승,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정치적 공백기를 틈탄 '타이밍 인상'이란 비판도 나온다.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라면 16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한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은 대형마트 기준 716원에서 790원으로 10.3% 오른다. 짜슐랭(8.2%), 오동통면(4.5%), 진라면 용기면(9.1%)도 일제히 오른다. 오뚜기 라면값 인상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농심도 앞서 신라면, 새우깡, 안성탕면 등 17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소매점 기준 신라면은 950원에서 1000원(5.3%)으로, 새우깡은 1400원에서 1500원(6.7%)으로 각각 조정됐다.


우유·음료도 오른다. 남양유업은 초코에몽(190㎖) 가격을 200원 올려 1600원으로 인상했다. 과수원사과, 아몬드데이 등 주요 음료도 200원씩 인상됐다. 매일유업은 컵커피·치즈·두유 등 51개 제품 가격을 평균 8.9% 인상한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는 파인트 제품을 기존 1만59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12.6% 올리고, 컵·스틱바·샌드류는 5900원에서 6900원으로 16.9% 인상한다.


버거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롯데리아는 4월 3일부터 리아불고기·리아새우 등 주요 메뉴를 포함한 65개 제품 가격을 평균 3.3% 인상한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는 다음달 1일부터 버거 단품·세트를 200원, 사이드 100원씩 인상한다. 맥도날드는 지난 20일부터, 써브웨이는 에그마요·BMT 등 인기 샌드위치를 평균 250원 인상했다.

커피 전문점 투썸플레이스는 23종 커피, 22종 음료, 13종 케이크 가격을 평균 4.9% 인상했다. 블루보틀은 다음달 1일부터 300~900원씩 올린다.

맥주도 오른다. 오비맥주는 카스·한맥 등 국내 생산 제품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한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수입 맥주 아사히의 출고가를 8~20% 인상했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고환율 ▲원재료 수입가 급등 ▲물류·에너지 비용 상승 ▲인건비 부담 등을 인상 이유로 제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팜유·농산물 등 수입 원료 가격이 급등했고, 물류·유틸리티·인건비도 크게 올라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업계는 실적 호조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해 비판을 받고 있다. 롯데GRS는 지난해 매출 9954억원, 영업이익 391억원, 당기순이익 19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7.6~2096%까지 급증했다. 버거킹 운영사 BKR도 지난해 매출 7927억원, 영업이익 38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정국 혼란기와 4월 재보궐 선거 국면을 틈타 식품업계가 가격을 선제 인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차기 정권에서 가격 인상에 대한 눈치가 더 심해질 수 있어 지금이 '덜 욕먹는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