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3자배정 증자'… 계열사 자금으로 '새판 짜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인 가운데 계열사를 통한 제3자 배정 방식이 주목받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금의 실질적 성격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보다 1조3000억원 줄이기로 결정했다. 감축된 금액은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세 곳이 제3자배정 방식으로 참여해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세부 방식은 4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해당 방식이 확정될 경우 한화에너지는 15% 할인 없이 시가 기준으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형식상으로는 할인 없이 시장 가격에 참여하는 구조지만 그룹 내부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이라는 점에서 실질적 재무부담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자금조달 구조에 대한 비판은 지난 2월 단행된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서 시작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계열사인 한화에너지로부터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했다. 이번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같은 금액이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서는 자금이 그룹 내에서 순환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회계상으로는 자본 확충에 해당하지만 외부 투자자나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새롭게 유입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개별 기준으로는 부채비율이나 Net Debt/EBITDA 등 일부 지표는 개선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이 같은 구조를 택한 배경으로 재무 안정성 유지를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한화오션 지분을 단독으로 인수할 경우 Net Debt/EBITDA가 5.1배까지 치솟아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 등급 조정' 기준으로 삼는 수치는 통상 3.5배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외부논란이 증가하자 자금조달 방식을 대폭 수정한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앞서 회사는 방산사업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재무 건전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차입이나 채권 발행 대신 유상증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려면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확보한 한화오션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이익이 연결 실적에 반영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야만 유상증자 구조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한화에너지가 실제로 제3자배정 증자에 참여할 경우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도 관심사다. IPO(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유입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지만 계열사 내부 자금이 다시 활용되는 방식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