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중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는 즉시 상호 관세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중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는 즉시 상호 관세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고율 관세를 연이어 주고받는 등 양국 간의 관계가 악화일로다. 두 국가의 관세 전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이차전지 등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가진 국내 수출산업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25%로 다시 한번 상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보여준 무례한 태도를 근거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며 "언젠가는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을 약탈하는 일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고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중국의 대미 추가 관세에 대한 즉각적인 반격이다. 중국 국무부 관세위원회는 전날 "10일(중국 현지시간) 낮 12시 1분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발표했던 34%에서 50%포인트 인상한 84%로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같은날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대폭 확대했다. 중국 상무부는 아메리칸포토닉스와 노보텍, 에코다인을 비롯한 12개 미국 기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 사실상 첨단 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유금속 등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방산기업 쉴드AI, 시에라네바다 등 6개 기업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넣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첨예하게 이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과 3월에 걸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0% 인상하고, 4월 들어서는 34% 추가 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이 보복관세 34% 부과로 맞대응했으나 미국도 곧바로 50% 추가 관세를 선언한 바 있다. 최근 몇 달간 서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미국 125%, 중국 84%라는 현재의 상호관세 구조가 형성됐다.


두 나라 간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중국에 공급망을 둔 국내 주요 수출산업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차전지의 경우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재'의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분석한 공급망 취약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극재 중국 의존도는 94.1%에 달한다. 음극재의 주요 재료인 천연흑연의 중국 수입 비중은 97.3%다. 여기에 이차전지는 수출물량 중 미국향 비중이 65%에 달하고, 기업별 북미 시장 판매 비중은 30~50% 정도다.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동시에 대미 수출물량이 많은 이차전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도 영향권에 들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갈륨, 인듐 등 반도체 필수 재료의 중국 의존도가 높고, 해외 생산라인 역시 중국 중심으로 구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시안·우시 등 대부분 중국에 해외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미중 갈등 장기화로 중국의 IT제품 수요가 위축되면 국내 기업의 매출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디스플레이 등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의 85.8%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IT 중간재다. 이번 미중 관세 전쟁으로 해당 업계 역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류주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이날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며 "트럼프의 최종 목적은 중국에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의 관세 전쟁이 계속되는 한 서로 간의 출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우선 여러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유예 등을 통해 세계 판세를 크게 흔들고, 궁극적으로는 중국과 일대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