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이 여전히 선진국 대비 예방 가능 사망률은 2~3배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반 응급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응급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현장에서 경찰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이 여전히 선진국 대비 예방 가능 사망률은 2~3배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반 응급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응급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현장에서 경찰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교통사고 예방 가능 사망률(공중보건정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망)이 선진국 대비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교통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고 차량 데이터까지 통합 관리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10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토교통, AI로 실현하는 국민안전 사고 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AI 기반 사고 중증도 예측 기술 연구개발(R&D)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책적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주제 발표에서 이강현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고 정보 관리 주체가 부처별로 분산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차량 자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의료기관이나 구조기관과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통합된 사고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강현 교수는 사고 직후 '골든타임' 대응 실패가 교통사고 사망률을 높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의 경우 현재 사고 발생 후 1시간 내 수술실 도착률은 50% 수준이다. 100명 중 10명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선진국의 예방 가능 사망률(5% 이하)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다.

현재 경찰청의 TAAS 시스템은 사고 발생 위치·건수 등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사고 충격 정도, 안전장치 작동 여부 등 차량 정보는 빠져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도 환자 상태나 손상 정도 위주의 정보만 관리하고 있어 사고 원인 분석이나 예방 대책 수립에 한계가 있다.
이강현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고 정보 관리 주체가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차량 자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의료기관이나 구조기관과 제대로 연계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김서연 기자
이강현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고 정보 관리 주체가 부처별로 분산돼 있어 차량 자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의료기관이나 구조기관과 제대로 연계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김서연 기자


한국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해외 사례는 미국, 일본, 독일에 있다고 한다. 미국은 교통사고 발생 시 의료기관과 차량 조사를 통합해 분석하는 사이렌(SIREN)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차량·도로·산업 요인 등 400여개 항목의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ITARDA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 도입으로 골든타임을 평균 17분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독일은 정부 50%, 완성차 업체 50%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시스템(GIDAS)을 운영하고 있다. 하노버 의과대학과 드레스덴 공과대학 또한 병원과 협력해 3000여개 지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혼다,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관련 정부 협력 사업들을 확대하고 있다.

차량 내 EDR(사고기록장치) 등 각종 데이터를 병원, 119 구조기관과 실시간으로 연계하고 사고 심각도를 자동 판단하는 AI 시스템 구축 또한 시급하다. 사고 발생 시 경상자는 구급차, 중상·사망 위험자는 최적화된 구조 수단을 자동 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골든타임 내에 들어올 확률을 최대 9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국내는 현대자동차의 블루링크 등 완성차 업체들이 커넥티드카 기반 사고 인지 시스템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공공 DB와 연계하면 신고자가 없어도 자동으로 사고를 인지·신고하는 등 신속 대응 체계 구축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데이터가 없으면 AI도 없다"고 지적하며 "미래 자동차 산업은 단순 생산이 아닌 데이터 확보와 분석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에 협력을 통해 사망 교통사고 사망률도 낮추고 수출 산업도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