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90일 유예, 반도체는 과세…혼란 커지는 한·미 협상
향후 양국 협상서 주도권 쥐려는 행보 아니냐는 분석
트럼프, 한미 FTA 불공정성 지속 언급
정연 기자
1,340
2025.04.14 | 17:02:25
공유하기
|
상호관세 90일 유예 등 속도 조절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전자제품을 포함한 반도체 항목의 관세를 머지않은 미래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상호관세 역시 철회가 아닌 유예인데다가 한미 FTA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자세를 보였던 만큼 안심하기엔 이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부문 관세를) 다음주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철강·자동차들 관세가) 현재 완전히 시행 중이며, 반도체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외 논란'으로 빚어진 전자제품도 관세 면제가 아니라 반도체 항목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문 관세 협상 여부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우리는 우리 반도체를 우리나라 안에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에 언급한 다음주는 한국 기준으로는 이번주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불과 지난주에 상호관세 90일 유예 등으로 안도했던 국내 기업들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한국을 포함한 70여 개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상호관세를 미루고, 90일 동안 기본관세 10%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1일에는 스마트폰·컴퓨터·노트북 등의 전자제품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미국이 완급 조절을 통해 한국 등 각 국가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상호관세 부과 당시 한국이 미국에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언급하는 등 한미 FTA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2018년 집권 1기 때는 한미 FTA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목하면서 한 차례 개정을 단행했다.
최근에는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2025 국가별 무역평가 보고서'(NTE)를 발표하고 한국과 무역 시 느끼는 고충을 7페이지 분량에 걸쳐 설명했다. 보고서는 올해 처음으로 국방부의 '절충교역'의 불공정을 지적했다. 절충교역은 1000만 달러(147억원) 이상의 무기나 군수품 등을 구입할 때 기술 이전, 부품 제작·수출, 군사 지원 등을 받는 교역 방식이다. 미국은 자국 방산 업체가 한국에 무기를 대규모로 판매할 때 일부 기술 이전을 요구받는 게 불공정하다고 봤다.
디지털 분야에서는 경쟁정책 항목을 새롭게 넣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을 다뤘다. 온라인 플랫폼 법안이 여러 미국 빅테크에 적용된다면서, 2개의 한국기업에도 적용되지만 다른 주요 한국기업과 외국 기업은 제외된다고 문제 삼았다. 위치 기반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도 무역장벽으로 지목됐다. 한국이 지난해 말까지 지도 제작 또는 기타 위치 기반 데이터 반출에 대한 라이선스 승인을 한 적 없다는 것이다.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는 제도도 불합리하다고 비난했다.
90일 유예기간을 대응책 및 협상 발판 마련의 시간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와 높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만큼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해 국내 기업의 타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4일 경제안보전략TF(태스크포트)를 주재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통해서 해결점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는 민간과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겪을 어려움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과 28분간 통화하기도 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 협상 주체를 직접 만났다. 8일부터 9일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리엄 키밋 미국 상무부 선임고문(국제무역 차관 내정자),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차관 등과 주요 통상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정 본부장은 면담에서 관세 인하 등 특별 대우를 요청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미 협상 채널을 열어 둔 상황이기 때문에 논의를 미루는 것은 어렵다"며 "유예기간에 협상의 윤곽과 토대를 잘 마련하고,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후속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고 말했다. 이어 "FTA 파트너가 아닌 국가들과 한국을 똑같이 취급하는 게 부당하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며 "미국의 불만사항을 들어주되 우리가 요구할 것들은 충분히 제안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