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 시장은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평가받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사진=NH투자증권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 시장은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평가받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사진=NH투자증권


"과거엔 '성장 서사' 하나로 주가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숫자 없는 기대감에 시장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습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 흐름을 이같이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이제 시장은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평가받는 흐름"이라며 "기술주에 올인하던 시대는 지나고 숫자가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5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조 센터장은 1분기 글로벌 증시 흐름을 돌아보며 "미국은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에서 서프라이즈가 나올 수 있는 구간은 이미 지나갔다"며 "고평가 부담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젠 실적 중심 전략… 성장주 올인 시대는 끝"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대표 기술주는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조 센터장은 "기술주 성장은 멈추지 않았지만 성장률은 둔화됐고 투자자들의 눈높이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환경, 경쟁 심화, 공급망 불확실성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기술주를 중장기 비전으로만 설명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이다.

조 센터장은 한국과 중국 증시에 대해선 오히려 과도한 조정을 거치며 바닥권 인식이 형성됐다고 봤다. 그 중에서도 한국 증시는 '더 나빠질 게 있나?'라는 반문이 가능할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구간에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은 지난달 양회를 기점으로 재정정책이 본격화됐고 한국은 정치 리스크 해소 기대가 반영되면서 반등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양회는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로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를 통칭한다. 올해 양회에서는 인프라 투자 확대와 감세 등 경기부양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 "성장 가능성보다 실적 확인이 우선인 장세가 됐다"며 "기술주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금융, 고배당, 실적 안정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실적 중심의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조 센터장은 실적 중심의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조 센터장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의 구조적 기회도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지형이 바뀌는 시점에서 현대차는 중심에 설 수 있다"며 "BYD, 테슬라와 함께 '전기차 3강' 체제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대차에 대해서는 "유럽·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혼다, 닛산, 폭스바겐 등 전통 강자들이 중국 시장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흔들리는 가운데 현대차는 내수 확대와 고환율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종도 언급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이고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에 힘입은 성장 기대가 있는 종목"이라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두 기업 모두 최근 주가 조정을 거치며 가격 부담은 한결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파고 넘을 하반기 반등 카드는?

조 센터장은 "상반기에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하반기엔 감세나 금융 규제 완화 같은 반등 카드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사진=NH투자증권
조 센터장은 "상반기에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하반기엔 감세나 금융 규제 완화 같은 반등 카드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사진=NH투자증권


변수는 '관세'다. 조 센터장은 "관세는 단순한 경제 지표가 아니라 시장 전체를 흔드는 불확실성 그 자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정책에 따라 세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중국 역시 강경한 태도로 맞대응하는 등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일시적 충격에 그치면 다행이지만, 장기화되거나 무질서하게 이어질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지역별 자산 선호나 업종 전략 같은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했다. 이어 "리세션(경기침체) 국면에 들어가면 모든 자산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움직임을 고려하면 '최악의 리세션'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 재무 당국 발언을 보면 '바이든 경제의 독소를 빼내는 디톡스 과정'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며 "상반기에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하반기엔 감세나 금융 규제 완화 같은 반등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일수록 리서치 전략도 '유연성'이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조 센터장의 판단이다. "변수 하나로 시나리오 전체가 바뀌는 장세에서 뷰를 고집하는 건 오히려 리스크"라며 "지금은 일관성보다 유연한 대응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정치 공백이 정리되면 한국과 중국 증시는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숫자 없는 기대감보다는 실적과 유연한 시선이 지금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조언했다.